[기자수첩]버스카드 호환 괘씸한 속사정

 2년여간 공방을 끌어온 서울-경기 교통카드 호환이 어렵사리 성사됐다. 만시지탄이다. 어쨌든 수백만명의 큰 불편이 마침내 해소됐다.

 하지만 ‘2년 만의 희소식’을 듣는 심정이 그다지 후련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기자는 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13일 개통할 예정이다”는 말을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

 중재에 나선 경기도와 한국스마트카드, 이비로부터였다. 거의 모든 당사자가 확인해준 셈이다. 하지만 차마 기사를 쓰지 못했다. 신뢰할 수 없어서였다.

 이미 ‘구두선’만 외쳤던 게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약속한 날짜를 어긴 것이 머뭇거리게 한 셈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2년이나 끌어온 문제가 아무런 상황 변화없이 해소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더 컸다.

 한국스마트카드와 이비 사이에는 결제 수수료율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티머니 카드의 충전인프라 구축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서울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부 경기도 발행 카드의 문제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상황 변화 없이 13일부터 호환이 된다는 희소식만 전해졌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해답은 경기도가 가지고 있었다. 경기도가 이른바 선호환, 후협상이라는 카드로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뭘까. 바로 김문수 지사의 공약인 경기-서울 환승할인제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환승할인제를 하려면 서울시와 협조해야 하는데 서울-경기 간 교통카드가 호환조차 안 되는 상황에 환승할인은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호환 문제를 풀어낸 것은 버스 환승할인을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T)였다.

 당초부터 이 문제는 서울시민의 민원을 경기도가 해소해줘야 한다는 특이한 구조 때문에 2년씩이나 질질 끌어왔던 건이다. 하지만 2년 만에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나서니 금세 해결됐다. 물론 다른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그렇다면 2년 만의 카드 호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민의 처지에서 보면 참으로 괘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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