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과학기술 전쟁’은 바로 한 나라의 사활과 직결된다. 작금의 과학기술이 풀어내야 할 당면과제의 성격이 단순히 지식증진의 차원을 벗어나 경제력·군사력 등 총체적인 국가역량 강화로 변했다는 것을 뜻한다.
전쟁이라는 상황이 뭐든지 부족하기만 하고 전략 수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완벽하게 갖출 수 없기에 전략 그림의 완전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게 마련이다.
작전계획이 맞느니 틀리느니, 아전인수격의 불필요한 논쟁을 버리고 최상의 선택과 역량을 집중해 변하는 상황에 발 빠르게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죽음과 패배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바로 전쟁의 속성이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격화일로에 있는 과학기술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부처 간 기능 조정과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수행하기 위해 과학기술 부총리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지난달 공개된 2007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편성 결과에 따르면 R&D 투자는 전년 대비 10.5%의 증가율을 보여 타 분야의 평균을 크게 웃돌았으며 정부 총지출 증가율의 1.9배에 이른다.
이는 정부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먹거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조기 확보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기초연구 투자 비중을 25%로, 창조적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액을 전년 대비 16% 늘리는 등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R&D 예산을 크게 늘린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지만 세계 각국이 총력을 다하는 과학기술 전쟁의 와중에서 미래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주요 정책 현안과제를 해결해 경쟁력 있는 지식 사회로의 조기 이행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지만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처 간 조정과 사업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과학기술부는 ‘토털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선진화된 전략 그림을 갖추고 과학기술 전쟁에 나설 태세다.
여기서 임진왜란 때 당파 싸움으로 국론이 분열돼 무력했던 조선의 정치·군사적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전략과 전술로 국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순신 장군이 떠오른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 부근의 지정학적 특성을 살린 전략기획을 바탕으로 ‘학익진(鶴翼陣)’ 작전을 처음 도입, 부하들에게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실시함과 동시에 백성과 한마음이 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한산대첩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전략 개념에 따라 시시때때로 닥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해 가며 제한된 자원을 절묘하게 운용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지금 우리는 ‘역사왜곡’의 일본, ‘동북공정’의 중국, ‘핵 보유국’을 향해 달려가는 북한 등 무시무시한 주변국의 숨은 야심이 현존하는 유사 전쟁 상황에 살고 있다.
묘연한 슬로건 달성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살리는 전략에 집중해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과학기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이순신 장군의 지략은 지금 이 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총칼 없이 치르는 과학기술 전쟁을 효과적인 R&D 예산편성에 바탕을 둔 우리 시대의 ‘학익진’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
위태로운 주변 정세와 한정된 자원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학익진’ 전략만이 치열한 과학기술 전쟁에서 ‘승리’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hyyu@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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