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한미 FTA, IT산업에 기회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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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경제회복을 견인해 왔던 정보기술(IT)산업조차 최근에는 세계 시장에 불어닥친 새로운 경쟁환경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현재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대와 걱정을 쏟고 있다.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쪽은 FTA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특히 대외교역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라는 판단이다.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며 이는 곧 무역활성화를 통한 경기성장과 고용촉진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한미 FTA를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체결을 서두를 경우 자칫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 산업과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볼 때 아직은 미국에 대해 전면적인 빗장을 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하지만 시선을 좁혀 우리 IT산업을 보면 어떨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IT품목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외 개방에 대한 준비와 경험을 축적해 왔다. 지난 1997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휴대폰·반도체·컴퓨터 등 주요 IT품목의 관세가 완전 철폐됐다. 그러나 개방 후 이들 품목의 무역수지는 지난 2002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1998년 말 정부는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20여년간 지속해 온 수입선다변화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일본 업체가 한국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가장 걱정했던 캠코더 시장만 해도 지난해 대일 수출이 1998년에 비해 230배나 증가했다.

 앞서 두 가지 사례는 우리나라 IT산업이 시장 개방, 즉 글로벌 경쟁환경에 놓인 뒤 오히려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근 업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시각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9월 전경련이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380여개 응답 기업 가운데 66% 이상이 한미 FTA가 투자유치나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이었다. 이중 40.5%의 기업은 협정 체결 시 신규사업 진출과 투자 확대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IT업계는 더욱 적극적이다. 각각 지난 2월과 4월에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38개 응답 기업 가운데 80% 이상이 한미 FTA 무관세화 범위 확대에 찬성했다.

 최근 허운나 정보통신대학원(ICU) 총장이 국제교류를 위해 해외 여러 지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IT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갖고 있던 지상파DMB 휴대폰을 꺼내 보여줬더니 더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통신위원회 (ICCP)의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총 수출 대비 IT 수출 기여도는 34%로 세계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가가치 창출비율과 연구개발 투자비에서도 각각 세계 2위권을 기록하는 등 IT분야의 경제 기여도는 가히 독보적인 수준이다.

 FTA는 이제 우리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 한미 FTA를 우선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과의 FTA 체결은 우리 경제·사회 전반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은 시장개방을 위해 결코 짧지 않은 준비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 특히 우리 IT기업의 향상된 기술과 경쟁력은 한미 FTA를 통해 더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염려가 아니라 연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어떻게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한미 FTA로 또 한번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가야 할 때다.

◇노영규 정보통신부 정보통신협력본부장, yknoh@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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