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풀고, 러시아는 묶고’.
군용 주파수 배정을 놓고 세계 군사력 1, 2위를 자랑하는 미국과 러시아 군부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이같은 차이는 두 나라의 통신산업 경쟁력과 직결돼 군용 주파수 처리 문제를 고민하는 세계 각국 정부에 귀한 교훈을 주고 있다.
◇러시아 군부, “넘겨주기 아깝다”=러시아 경제통신 프라임-타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3G사업에 러시아 군부가 딴지를 걸었다.
연방주파수위원회(SRFC)는 이달 23일(현지시각) 회의를 열고 3G서비스와 GSM 1800서비스를 위한 부처간 조정작업을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군용 주파수대역의 민간 이전과 관련해서 시큰둥한 태도를 보여 회의는 연기됐다. 국방부는 정보통신부에 3G 주파수의 사용계획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특성이 우수한 군용 주파수 대역을 민간에 넘겨주기 아깝다는 군부의 반발이다.
러시아 이통시장은 가입자수 1200만명(보급률 80%)에 달하지만 서유럽에 비해 2년정도 기술적으로 뒤진다. 러시아 이통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의 하나는 냉전시절 알짜배기 주파수를 독점해온 군부의 비협조적 태도이다. 러시아 군부는 주파수대역의 민간이전에 상응하는 경제적 댓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업자들은 국방부가 주파수 조정을 계속 반대하면 3G사업일정에 차질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군, “웬만하면 준다”=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끝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 경매에서 90MHz 군용 주파수 대역을 매각하는 등 주파수 재조정에 적극 협조했다. 국방부도 2000년도 초반까지 군용기와 미사일 등 민감한 통신장비간의 교신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의 민간이전에 적극 반대했다. 그렇지만 곧 태도를 바꿔 군용 주파수의 이전과 관련한 기술문제를 연구하는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통신업계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FCC는 지난달 주파수 경매에서 국방부를 핵심으로 12개 정부기관이 내놓은 주파수 라이선스를 팔아 총 137억달러의 수입을 챙겼다. 경매수입의 상당부분은 미 국방부로 들어가 육해공군의 통신장비를 새 주파수 대역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사용한다. 미군은 또 4G시대에 대비해 최적의 주파수 환경을 구성하기 위한 선행 연구기획 조직도 출범했다.
미군은 역사적으로 IT산업의 혁신이 군사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는 반면 러시아 군대는 그렇지 않다. 혼선에 강하고 물리적 특성이 뛰어난 주파수 대역을 어느 나라 군조직이 가장 탐낸다.
냉전시대 구 소련군은 전투기와 탱크, 미사일 등 양적으로 미군을 훨씬 앞질렀다. 하지만 미군은 발달된 통신네트워크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군사력의 질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구소련과 군비경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러시아 군부가 3G 주파수 배분에서 또다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일한·최순욱 기자@전자신문, bailh·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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