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세상]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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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을 지나니 더욱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벤처의 신화 창조, 팹리스 산업의 대표 주자….’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을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엠텍비젼에서 개발한 수많은 제품에도 각종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 최초의 내외장형 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CCP), 국내 최초 메가픽셀 카메라 지원 칩 개발, 국내 최초 3D그래픽 칩 개발, 국내 최초의 머신 비전 플랫폼 개발.’ 창업 첫 해인 99년부터 쉼 없이 성장 가도만을 달려왔던 엠텍비젼이다.

 이 사장에게 올해가 더 없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많은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 시기가 그에게 더 넓은 시야와 비전을 가져다 준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 초만 해도 그에게 엠텍비젼의 비전을 물어보면 제품 개발 방향을 언급했지만, 이제 그는 모바일 산업 전체에 대한 비전을 먼저 말한다. 그가 최근에 휴대폰업체를 비롯해 모바일 관련 업계에 제안하며 화제가 된 ‘메모리 중심의 휴대폰 구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주변에서 그를 북돋워준 것도 당장 매출 회복에 급급하기보다는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산업 전체의 미래를 먼저 보려 하는 그의 노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휴대폰 강국이지만 핵심 구조는 우리 것이 아닙니다. 메모리 중심의 휴대폰 구조를 개발하자고 한 것은 우리나라가 가장 강한 휴대폰과 메모리를 중심으로 우리의 살 길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제안한 메모리 중심의 휴대폰 구조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과 저전력 시대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통신을 위한 모뎀 칩에서부터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등 내장형 메모리는 핵심 칩에 모두 들어가기 때문, 이들 메모리를 통합해 메모리를 가장 중심에 두면 휴대폰 개발의 주도권을 우리나라가 쥘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다. 메모리를 하나만 쓰면 전력 소모가 줄어드는 것도 당연지사다.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지보다는 산업의 흐름을 보려다 보니 다른 업체와의 협력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중소기업 혼자 개발하고 이를 독식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대규모 투자로 승부수를 둘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저력은 유연함에서 나온다. 바로 이 유연함의 장점은 다양한 협력을 통해 발휘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사업의 특허를 강화한 것도 크로스 라이선스 사례처럼 ‘특허가 있어야 협력이 쉽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의 활로는 주변 업체와 좀 더 가까워질 때 보이는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제품을 팔기보다는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소기업 사업모델에 맞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변 업체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팹리스 업체가 매출 1조원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체를 먼저 움직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함께 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데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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