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을 마치 내 집 드나들듯 누비고 다니는 인물. 왠지 공무원보다는 CEO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
지난달 22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이현재 중소기업청장(57)은 외부에서 ‘현장 중시형 기관장’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현장을 방문해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총 60여 차례에 걸쳐 현장을 찾거나 간담회를 통해 중소기업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여기에는 특유의 부지런함도 한 몫 했다. 본인 자신도 ‘CEO형 청장’을 꿈꾼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인 이 청장은 “그동안 산자부와 청와대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많이 만들었지만 직접 산업현장에 나와 목소리를 듣다보면 현실과 괴리감을 느껴 반성도 많이 했다”고 현장을 중시하는 이유를 댄다. 이 때문일까. 중기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수요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니 돌아오는 시선도 따뜻하다.
지난달 그는 독일과 러시아를 둘러보고 왔다. 이들 국가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독일 가보니 정말 배울 점이 많더군요. 정부 지원 시스템이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산업협력위원회에는 우리나라의 전경련과 유사한 대기업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 조직이 함께 들어 있더군요. 조직 자체가 원천적으로 상생이 이뤄지는 구조였습니다.”
이 청장의 감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평소에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스템이다보니 우리처럼 심각한 인력난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독일에는 가족 중심의 소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 청장은 “이러한 기업 여건을 감안해 독일 정부가 최근 가업 승계시 상속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 체질을 강화시키려는 독일 정부의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 욕심 많은 그가 순방 기간 내내 감탄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아 물었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그런 정책을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돌아온 답이 명쾌하다. 벌써 석달 째 상속세 문제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번 독일 방문 과정에서 확신을 얻었다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결과가 있는 일을 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이 청장은 타고난 일꾼이다. 어느 말을 꺼내도 듣고 나면 일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지난 여름 휴가 기간 동안에도 제주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벤처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열정과 에너지가 샘솟을까 할 정도로 늘 활력이 넘친다.
지난달 말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13차 APCE 중소기업 장관회의’에 참석, 발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평소 어디에서든 중소기업정책정보(SPi-1357)시스템 알리기에 적극적인 그가 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리 없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회원국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벤치마킹 의사가 쇄도했다. 조만간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청장 취임후 그가 구성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청의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이 감동할 수 있는 서비스 정책을 펼치라는 주문이다. 해당 본부장들에게 ‘CEO 혁신 미션’을 부여한 것이나, SPi-1357 시스템 가동을 본격화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산업기능요원 확대안은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급한 현안이라며, 관계장관 회의까지 참석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R&D 예산도 최종 확정은 안 됐지만, 아직까지는 청신호다. 지난해보다 30∼40%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 청장은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며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R&D 예산 확충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도무지 일에 대한 열정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주말마다 들렀던 사회복지시설 ‘우성원’을 최근 들어서는 영 못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약자를 보호할 때 비로소 건전해집니다.우리나라에서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앞으로 많이 확산돼야 합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의 소유자답게 사회를 보는 눈도 역시나 따뜻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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