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IT를 활용해 체질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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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IT산업 발전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해왔다. IT산업은 전체 수출의 40%까지 차지하며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러나 11년째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IT산업 정체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IT산업의 선순환을 견인했던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시장 포화에 직면해 있고 수출을 이끌던 IT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인도의 맹추격에 선두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올려놓고, ‘다른 단계’로 끌어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의 IT 컨설팅 전문기관 오범의 ‘한국경제보고서- ICT의 한국 경제성장 기여 극대화 방안 연구’는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전자신문을 통해 오는 16일, 단행본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경제, 낮은 생산성이 문제다=한국은 IT 제조 및 수출에서 중국 및 신흥국가로부터 크게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한국 경제가 낮은 생산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재정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2000년대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10.4달러로 OECD 국가 평균(27달러)의 40% 수준이며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5%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지 못한 것도 생산성이 GDP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이 극히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의 서비스 부문 생산성은 매우 낮다.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은 보다 자본집약적인 제조부문의 생산성 보다 일반적으로 낮지만 한국은 그 차이가 놀라울 정도다. OECD 서비스 부문 근로자는 제조업 근로자 가치의 93%를 차지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겨우 56%에 불과한 상황이다.

◇IT산업 중심, 제조업→서비스업으로 전환해야=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IT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IT의 발달은 공급부문 충격(supply shock)을 유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생산성 유발 효과에 못지 않게 전체 산업 효율성을 높여 간접적인 생산성 향상도 촉발시킨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IT를 통한 생산성 확대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범은 한국의 IT 산업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IT의 효과적인 이용을 통해 서비스 부문의 신속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정책 수단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지어 “한국의 의사결정자에게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문제를 아주 긴급한 사안으로 공론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까지 했다.

오범은 또 한국이 ‘지휘와 통제’ 모형의 산업정책을 고집한다면 생산성 확대와 국민소득 증가는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 △국가가 아닌 시장주도 정책으로의 전환 △전기통신사업법의 단순화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의 유연성 향상 △규제 환경 투명화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장비 수출을 지원하는 만큼의 서비스 수출에 대한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 무선통신 사업자의 이익은 IT 제조업체의 이익과 보다 밀접하게 연관되도록 해야 하며 무선통신업체와 장비제조업체, 부가가치서비스 제공업체간 전략적 연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 서비스 수출은 한국경제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IT 산업 체질개선을 위한 7가지 선결조건 

영국의 ICT컨설팅 기관 오범은 한국의 IT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8가지 변화를 요구했다. 과거 IT 제조업 중심의 산업 육성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 지난해 800억달러(GDP의 14%)를 수출할 만큼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변했고 새로운 모델의 산업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현재 IT산업 육성 정책은 다음과 같은 8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기술 선도국가인 한국정부는 시장의 승자를 선택할 수 없다.

-한국이 추종자일 때는 정부 및 산하단체들이 해외에서 성공할 만한 기술을 선별, 한국에 적용했지만 이제 한국은 IT분야의 최첨단에 서 있으므로 이 같은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는 승자를 선택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

-현 산업정책 모델은 한국정부, 국책연구기관, 장비제조사가 R&D 뿐만 아니라 망 투자에 대한 자원 할당의 주요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이제는 민간 사업자가 망 투자에 대한 중요한 의사 결정자가 돼야 한다.

△현 정책은 한국 내에서 IT의 효과적인 이용을 극대화하지 못한다.

-IT의 활용은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의 엔진이다. 경제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 IT에 대한 시장수요에 부응하는 것이 10년 전보다 더욱 중요하다.

△현 정책은 더 이상 통신망 장비수출도 유인하지 못한다.

-제조사들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테스트베드와 레퍼런스 판매(reference sale)를 제공할 국내 망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들은 이미 정부주도 정책을 포기했다.

-한 때 공중망을 소유한 통신사업자는 수출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제조업체들을 지원하는 정책의 일부로서 자국에서 생산된 망 장비를 자동으로 구매하였다. 그들은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현 정책은 부적절한 투자 유인을 양산한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는 신규 기술을 먼저 도입, 장비업체에게 시장을 보장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는다.

△현 정책은 한국 R&D에 집중하지 않는다.

-현 정책은 주요 IT 부문에서 한국이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한국의 R&D 역량은 제한적이다.세계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확실한 분야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수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고-IT산업이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다

: 김태경 오범코리아 사장

요즘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추석 연휴기간중 오고간 대화 주제도 살기 팍팍해진 경제문제였을 것이다. 물론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유럽도 꽤 오래 전부터 해온 것들이다.

유럽국가들이 유럽연합(EU)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은 미국과 달리 회원국들의 생산성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고민은 지난 2000년 3월 유럽정상들로 하여금 통합 유럽이 나가야 할 비전인 ‘리스본 어젠더’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까지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가지면서, 보다 향상된 고용수준과 사회통합을 이룬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4년 11월 ‘리스본 어젠더’를 중간 평가한 결과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EU 싱크탱크인 브뤼셀라운드테이블(BRT)이 영국 ICT 컨설팅 기관인 오범과 인디펜에게 과제를 의뢰했다. 두 컨설팅 기관은 12가지 권고안을 제출했고 EU는 이 중 6가지를 채택, 시행하고 있다.

오범은 지난 5년 동안 한국지사(오범코리아)를 통해 IT규제에 관한 자문을 하면서 한국시장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어 ‘리스본어젠더’ 자문 경험을 살려 한국 경제의 생산성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는 보고서를 기획해 한국에 소개했다.

IT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한 오범의 결론은 생산과 활용 두 가지다. 한국은 휴대폰과 반도체 등 IT제조업, 즉 생산을 통한 경제성장 기조가 있었다. 하지만 IT 활용을 통해 한국 경제 전반의 산업생산성 증대를 도모하고 이것이 국민경제 전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제조 보다는 서비스 부문 기여도가 높아지는 흐름에도 부합한다.

IT 활용을 통한 산업생산성 증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우선 IT 활용을 통한 프로세스 개선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신규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의 진출과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출이 자유롭도록 상품시장의 유연성도 높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양자 모두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IT산업정책 및 규제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IT강국인 한국은 더 이상 정부의 명령과 통제의 규제가 아닌 시장 주도적 규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업이 서비스, 기술, 장비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읽어내는게 아무래도 기업보다 잘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성과기반의 공공R&D 평가수립 뿐 아니라 기업, 대학, 국책연구소간 R&D 연결을 강화하는 산업정책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한다.

통신서비스 규제도 시장의 경쟁유도를 통한 가격인하 보다는 투자와 신기술 혁신을 통해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키는 규제정책이 바람직하다. 또 포화된 시장에서 이제는 보다 많은 기회가 있는 해외(특히 아프리카와 남동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통신서비스 수출은 장비, 포털 등과 전략적 연대를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다. 수출대상은 유선보다는 한국이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3G 서비스가 바람직하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 IT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세계적 흐름에 부응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이다. 침체된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1인당 GDP 3만달러의 목표를 달성하는 등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IT산업은 이제 다시 한 번 한국경제를 도와 줄 구원투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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