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新 차이나 리스크

‘중국 저임금 황금시대 끝났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지난 4년간 도시근로자의 연 평균 임금 인상률 15%에 손들고 중국을 떠나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1년 1만870위안이었던 중국 도시근로자의 임금이 2005년 말엔 무려 두 배에 가까운 1만8405위안을 기록했다. 저가 기반의 제품 경쟁력을 대변하는 ‘차이나 프라이스’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어 고임금 시대로의 전환이 지금까지 휩쓸어 온 저가 ‘메이드인차이나’에 기반을 둔 세계 무역구조까지 바꾸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까지 내놓았다.

 사실 지난 10여년 동안 무슨 제품이든 기존 가격의 10∼15%에 불과한 차이나 프라이스의 충격은 세계 제조기업들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 세계 모든 제조업체는 이른바 차이나 프라이스의 리스크를 안고 시작해야 했다.

 이 대목에서 중국 근로자들의 저임금이 고임금으로 돌아서면 과연 중국발 차이나 리스크의 부담이 무너질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국 근로자 임금의 인상과 차이나 리스크의 후퇴 가능성을 연계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징후가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오히려 제2의 차이나 리스크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이 종전까지의 저가 제품 양산 전략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한 지재권·로열티 라이선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장 중국의 한 기업은 다음달부터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초저가 PC 1만2000대를 중국 교육계와 관공서에 선보이면서 저가 PC 시장에서 인텔·AMD 등과 겨룬다. 64비트 기반의 이 CPU는 인텔의 펜티엄4 초기형과 유사한 성능에다 리눅스 운용체계(OS)를 사용해 MS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800M∼1GHz CPU, 256메가 D램, 40G∼60GB HDD 등을 갖추고 있다. 양산 시 가격도 125달러에 불과하리란 전망이다. 하이얼 등 중국 내 60여 가전업체가 임베디드용 CPU로 채택하고 있을 정도다.

 DTV 분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하이얼·창훙 등 중국의 13개 TV제조업체는 이달 들어 중국정부의 지원하에 DTV연합을 결성,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에서 공동으로 DTV 특허 및 표준을 확보키로 했다. 유럽·일본 주도의 DTV 표준에 대항, 중국 방식의 DTV 표준을 이용한 DTV를 제작하는 외국업체들에 DTV 생산 시 로열티를 받거나 DTV 관련 크로스 라이선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PC용 CPU 개발과 DTV 표준화 전략에서 보듯 중국이 조만간 기술과 특허 로열티 기반의 새로운 차이나 리스크를 몰고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적어도 중국은 PC와 DTV에 관한 한 4∼5년 내에 우리에게 차이나 리스크를 가할 준비를 끝낸 것 같다.

 게다가 지난해 말까지 중국 내 해외 유수 R&D센터의 수효는 세계 최대인 750개를 기록했고 중국정부는 세계 100위권 대학에서 중국 인재 1000명을 데려와 중국 내 일류학과 100개를 만드는 ‘111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이미 중국에는 ‘세계 최대의 시장 잠재력’을 보고 들어온 외국자본 6012억달러가 고여 있다. 최근 중국으로 집중되는 R&D센터·핵심두뇌유치·지재권 확보 분위기는 이제 우리에게 제2의 차이나 리스크를 예고하고 있다. ‘배고픈 용’이 향후에도 계속해서 전 세계 IT업체를 향해 요동치리라는 전망이 더욱 분명한 지금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