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한국IT서비스학회장·국민대 교수)
고대 아테네의 네 학교 중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는 시기적으로도 가장 앞선 학교면서 그 중요성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걸출한 인재를 배출했으며 그리스 철학과 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최초란 처음이면서 으뜸이 될 가능성이 많다. 최초로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현재 세계의 학문과 산업 발전은 상당부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 미국은 2004년 말에 국가경쟁력위원회 보고서에서 국가혁신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서비스산업 연구와 혁신적 비즈니스 설계 연구 등에 대한 투자 부족을 지적했다. 그 결과로 미국은 서비스사이언스라는 용어를 개발하고 IBM을 필두로 산업계와 대학이 서비스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과학재단(NSF)에서도 서비스엔터프라이즈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배경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노동력의 이동이 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력 대이동과 서비스경제로의 산업구조 변화가 서비스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OECD 국가의 서비스산업 비중(총 부가가치 중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평균이 70%를 웃돌고 있고 서비스인력 비중도 70%에 근접하고 있다. 더구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보편화되면 서비스 인력과 산업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지므로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큰 흐름을 직시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2005년에 산업발전의 해결책 중 하나로 서비스사이언스를 소개했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서도 향후 20년을 주도할 새로운 학문영역으로 서비스사이언스를 소개한 바 있다. 서비스사이언스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논의됐던 서비스경영·서비스마케팅·서비스공학 등의 분야를 포괄해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서비스의 본질을 발견하고 체계화시키며, 관련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최신 학문이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사이언스 연구와 산업현장 적용이 활발해져야 한다.
서비스 강국을 지향하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도 선도적인 전략 개발과 수행이 필요하다. 최고가 아니면 생존조차 불투명해지는 세계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서비스산업을 선점할 국가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는 미국보다 한발 앞서갈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의 서비스사이언스 ‘아카데미아’를 설립하고 민간과 학계·정부가 공동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도록 하자. ‘아카데미아’는 민간 주체로 설립하되 정부가 적극 후원하는 형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민간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학계의 참여도 활발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연구·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아카데미아’에서 대학에 교육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과 정부의 서비스 실현이 학계에서 재생산돼 기업과 정부의 서비스 부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아카데미아’를 지식의 용광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내 학계에서는 한국IT서비스학회를 중심으로 산·학협동으로 서비스사이언스 교재를 개발하고 있고 향후 교육 등을 통해 서비스사이언스가 국가혁신전략에 활용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관련 학계에서는 서비스사이언스의 주요 연구분야인 비즈니스 전략·프로세스·인적자원관리·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하고 기업과 정부에서는 선진 서비스를 모듈화해 지식의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조직 측면에서도 현재 정보통신부의 지식정보산업팀과 산업자원부의 유통물류서비스팀에 일부 있는 서비스산업 육성 기능을 대폭 확대 또는 전환해 본부 수준의 서비스산업 육성조직으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경험 경제의 등장과 서비스산업 발전이 세계 경제지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가와 있는 미래에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앞서간다는 것은 모험심과 용기가 수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국가와 산업 혁신을 위해 미래를 직시하는 혜안이 있어야 하고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hskim@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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