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업계가 ‘제3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고선명(HD) 전환, IPTV 방송 개막, 케이블TV 디지털 전환 등 급격한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굵직굵직한 장비 수주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인 미국 방송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오픈케이블 방식으로 바뀌면서 현지 업체의 텃세로 번번이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90년대 초·중반 아날로그 셋톱박스, 2000년 초반 디지털 셋톱박스 등으로 이어진 셋톱박스업계 최대 호황기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재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휴맥스·홈캐스트·가온미디어·토필드·셀런 등 주요 셋톱박스업체는 방송사와 통신사에 HD·IPTV 등 고부가가치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고 있다.
휴맥스는 최근 영국 BBC, 이탈리아 라이에 등 유럽 주요 공영방송에 MPEG4 기반 지상파 HD셋톱박스를 공급한 데 이어 오는 9월 HD방송을 시작하는 스웨덴 케이블사업자인 콤헴의 HD셋톱박스 공급업체로도 선정됐다.
가온미디어는 지난달 MPEG4 기반 HD 셋톱박스(모델명 S700)를 개발, 유럽지역 방송사업자와 막바지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토필드도 호주향 HD셋톱박스를 개발하고 4분기에는 유럽향 HD셋톱박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임화섭 가온미디어 사장은 “미국의 디렉TV, 영국의 BBC 등 세계 주요 방송사가 하반기부터 HD방송 채널을 대폭 확대키로 해 방송환경이 SD에서 HD로 급변할 것”이라며 “HD 전환은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뀌는 것과 똑같아 셋톱박스가 유례없는 수주랠리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TV 셋톱박스와 케이블TV용 디지털 셋톱박스도 ‘신성장 엔진’으로 떠올랐다.
셀런은 이달 개시한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용 IPTV 셋톱박스를 독점 공급하고 있고, 연말로 예정된 KT의 IPTV가 시작되면 현재 전용 셋톱박스를 개발중인 삼성전자·LG노텔·휴맥스 등도 대규모 장비 수주가 예상된다. 홈캐스트 등 몇몇 업체는 아시아 지역 통신업체들과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굵직굵직한 수주가 잇따르면서 업체들의 매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TV’ 셋톱박스를 독점 공급하는 셀런은 하반기 매출액이 상반기보다 무려 280%나 급증한 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휴맥스·홈캐스트·가온미디어 등도 하반기 대형 수주 프로젝트 매출이 집중되면서 상반기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불모지로 여겨지던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셋톱박스 가격인하 요구가 커지면서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한국업체가 주목받는 것도 큰 호재 가운데 하나”라며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되며, 신규로 잡힐 미국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업체도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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