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다카아키 지음. 박영진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
일본 최초의 국산 라디오·텔레비전·전자레인지·태양전지를 잇달아 만든 기업은 어디일까. 이 물음에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샤프 펜슬’을 개발하고 최초로 ‘LCD’를 상용화한 기업 하면 대개는 ‘샤프’를 떠올리게 된다.
샤프를 설립한 하야카와 도쿠지(1893∼1980)는 마쓰시타전기산업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같은 창업자들보다는 확실히 덜 유명하다. 그러나 샤프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창의적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창업자 정신을 살펴보려는 탐구가 시작됐고 지금은 최고의 기업인으로 일본 전역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야카와 창업자는 지난 1915년 22세의 나이로 샤프 펜슬을 발명했다. 샤프가 ‘창조의 정열’에 있어서 만큼 일본 최고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있는 제품, 다른 회사에는 없는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립자의 신념 때문이었다. 이 같은 신념은 지금도 샤프의 유전자로 불리운다.
책 ‘샤프를 창조한 사나이’는 물론 하야카와 도쿠지의 일대기다. 그는 일본 기업인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로 손꼽힌다. 누구보다 삶의 고통과 쓰라림을 많이 겪었다. 그의 일생을 소재로 한 연극이 만들어져 무대에 올려졌을 정도다.
그의 일생을 들여다 보자. 채 두 살도 되지 않아 양자로 보내져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성냥갑 붙이기 일을 했다. 여덟 살에는 금속 세공 공장에 견습직공으로 들어가 일했다. 19세가 되던 해(1912년) ‘도쿠비죠’라는 조임식 혁대 버클을 발명한 데 이어 1915년 샤프 펜슬을 발명했다. 샤프 펜슬은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아 그의 사업도 순조롭게 풀려 나간다. 그러나 관동 대지진이 발생해 사업기반은 물론이고 아내와 두 아들마저 잃게 된다.
여기서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재기를 위해 샤프 펜슬의 특허권을 모두 양도하고 오사카로 옮겨 완전히 다른 사업을 한다. 그것이 바로 ‘라디오’였다. 1925년 마침내 일본 최초의 라디오를 개발하고 1951년에는 일본 최초의 텔레비전을 만들어 냈다. 이어 1962년 전자레인지, 1966년 최초의 집적회로 기반의 탁상 전자 계산기를 출시하기까지 70세가 될 때까지 오로지 신제품을 개발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1970년에는 오사카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참가를 포기하고 전시관 건립비용을 전부 반도체 연구에 투자해 현재 세계 최대의 LCD업체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책은 소니나 마쓰시타에 익숙해 있는 한국 독자에게 샤프가 거쳐온 도전과 성공, 좌절과 실패의 성장사와 함께 창조적 기업가의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보여 준다. 절대로 남의 뒤를 따라가려 하지 않고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려 했던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샤프는 지금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 있다. 1만2000원.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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