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심의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기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음에 따라 허술한 등급심의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바다이야기의 불법성을 밝혀내기 위해 불법 개·변조를 대조할 원본 기계나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 향후 사법 처리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영등위로부터 게임심의 업무를 이관받는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영등위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를 심의할 때 18세 이상가 게임에 대해서 금지하고 있는 연타와 예시기능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바다이야기를 심의받을 당시에 이번에 문제가 된 연타 기능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연타는 경품 게임기에서 당첨금이 연속해서 생겨나는 것으로 도박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영등위는 지난 2005년 5월 ‘예시 연타’라는 조항에서 도박성을 부추기는 연타에 대한 금지 규정을 두었다. 이는 바다이야기가 처음 심의를 통과할 2004년 12월과 재심의를 받은 2005년 4월쯤에는 ‘연타’에 대한 명확한 심의 기준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영등위의 인력과 기술이 부족해 소프트웨어적 기능인 연타와 예시를 잡아낼 수 없어 업체가 낸 신청서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제품이 시장에 풀린 후 불변 개·변조돼 유통되더라도 불법 개·변조 여부를 원본 기계와 대조해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문제가 되는 연타 기능이 확연하게 드러나면 불법 개·변조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확실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당금이 연속해서 몇 번 계속 나온다면 현행 심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불법 개·변조했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한 번 당첨되고 나서 몇 번 지난 다음에 다시 당첨금이 나오면 불법으로 판단하기가 모호하다”고 밝혔다.
이때 검찰 측은 영등위에서 심의받은 내용과 현재의 경품 게임기에서 플레이되는 내용을 비교해서 변조된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문제는 영등위가 심의를 신청한 경품 게임기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 즉 변조를 증명하기 위해 대조할 원본이 없는 셈이다. 또 심의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등 관련 자료도 없어 개·변조를 확실히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영등위 관계자는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심의 신청한 원본 기계를 보관하지 않으며 심의 과정을 녹화한 테이프도 없다”며 “사실상 개·변조 여부를 물어 와도 대조할 원본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의 당시에 첨부한 사용 설명서를 참조해 여기에 없는 기능은 개·변조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심의 대상 게임기에 대한 기술 심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게임기 제조사 등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10월 발족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도 소프트웨어적인 심사 여건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등위 출범 계획안 수립 당시 추진키로 했던 기술심의 및 기술심의 기관 지정이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논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시장에 깔려 있는 18세 이상가 게임물은 전부 재심의를 받도록 돼 있지만 그 물량이 엄청나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게임등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일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감사원의 바다이야기 감사와 검경의 철저한 단속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행성 게임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단속으로 음성 영업이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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