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품소재 `굿 투 그레이트`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걱정할 때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것이 ‘부품소재의 취약’이다.

‘산업 역군’들이 피땀 흘려 완제품을 수출해 돈을 벌지만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소재나 장비 수입으로 도로 다 새나가 버린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의 뇌리에 우리의 이런 ‘억울한’ 산업 구조에 대한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수출입 추세를 보면 이제 이런 인식은 ‘과거의 고정관념’이다. 올해 상반기 부품소재 산업 무역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한 148억5000만달러였다. 전체 산업의 흑자 규모가 70억4000만달러니까 부품소재 산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상반기에 78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봤을 거라는 얘기다.

어느덧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산업은 돈이 새나가는 게 아니라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이 된 것이다. 뿌듯한 일이다. 우리 산업의 저변이 이렇게 넓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구개발을 쉬지 않으면서 저돌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부품소재 기업인,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 학계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 가운데서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거품을 걷고 진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아직 멀었다. 따져 보면 최근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성장은 중국의 팽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IT·자동차·화학 등 온갖 분야 부품소재 수요가 폭증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혜택을 봤다. 최고는 아니지만 ‘적당한’ 기술과 가격, 지리상의 이점 등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즐거운 상황은 조만간 끝나고 중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첨단기술을 선점한 일본·유럽 부품소재 대기업의 장악력은 더 커지고 있다. 혁신적 제품을 위해서는 혁신적 부품소재가 필요한데 막대한 자본과 기술의 위험을 안고 이에 도전할 역량이 있는 우리 기업은 얼마나 될까.

지금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상황은 ‘좋다’. 그러나 우리 산업은 ‘위대한’ 부품소재 산업을 원하고 있다. 단가하락 압력과 기술 빼가기, 중소기업 외면 풍조 속에서 부품소재 산업의 도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부품소재 산업의 ‘성장’을 넘어 ‘위대함’을 위한 토양을 다질 때다.

디지털산업부=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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