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회지수(DOI) 2년 연속 1위, 인구 100명당 초고속 가입자 수 2위, UN 전자정부 준비지수 5위, IMD 기술 인프라 부문 2위’. 세계 속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긍정적 지표들이다.
지난 몇년 동안 한국은 구축해 놓은 앞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단말기 등 통신 관련 모든 분야에서 리더로 인정받으며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왔다. 정부는 ‘통신강국 코리아’의 미래 청사진 ‘IT839전략’을 제시하고 해외 IR나 로드쇼를 다니며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통신사업자 역시 BcN을 비롯한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선구안을 발휘해 새로운 통신 서비스 트렌드로 세계 시장을 이끌었다.
한국은 지금까지 IT분야만큼은 그 나름대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왔다. 그러나 최근 그 발전 속도가 조금씩 더뎌지는 듯하다. 반면에 해외 통신사업자의 움직임은 매우 빨라져 우려감을 갖게 한다. 컨버전스 네트워크 아키텍처로 전 세계 통신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국제 표준 IMS(IP Multimedia Subsystem) 관련 분야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최근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는 무선 네트워크의 차세대 아키텍처 진화를 위한 새로운 비전으로 ‘A-IMS(Advances to IMS)’를 발표했다. 아울러 이를 설계·개발하기 위해 루슨트를 비롯한 주요 통신장비 업체와 지난 1년간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버라이존은 A-IMS 개발로 현재 네트워크로 제공되는 차세대 서비스는 물론이고 향후 IMS 및 비IMS 기반 컨버전스 네트워크에서 지원되는 서비스 역시 효율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버라이존만이 아니다. 다른 해외 사업자를 살펴봐도 통신 미래를 준비해 가는 적극적인 행보를 읽을 수 있다. 북미지역의 싱귤러·스프린트·AT&T·벨 사우스, 유럽지역의 mmO2 등은 이미 IMS 솔루션을 도입해 컨버전스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며 다양한 블렌디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최근 국내에서 TV포털 서비스가 개시됐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미국의 버라이존·AT&T, 유럽의 텔레콤이탈리아(TI)·KPN·도이치텔레콤, 일본의 NTT·KDDI 같은 대표적 사업자가 이미 IPTV 서비스를 시작했고 점차 컨버전스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한국은 유무선 통합, 통신·방송 융합시대 개막을 누구보다 일찍 천명했지만 그 이후 미래 성장엔진으로 활성화하는 시간이 다소 길어지는 듯하다.
이제 다시 뛸 준비를 해야 한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뒤쫓아오는 해외사업자가 우리의 세계 IT리더 자리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강점을 파악하고 향후 성장엔진 분야에 ‘선택과 집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앞선 통신 인프라라는 ‘씨’를 잘 뿌려 놓은만큼, 이제는 활짝 ‘꽃’ 피우기에 알맞은 물과 거름을 준비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한국 IT산업의 새로운 목표와 전략, 뚜렷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컨버전스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콘텐츠·소프트웨어 등 우리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핵심영역을 육성하고 조속히 활성화해야 한다. 새로운 관련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바로 ‘파트너십’이다. 특히 컨버전스 시대에는 업계 전반에 걸친 상생(윈윈) 협력 없이는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시대에 들어선 후 한국은 IT강국 위상을 착실히 다져 왔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신기술 시험 무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통신의 미래를 먼저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양춘경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 사장 jcyang@luc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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