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를 향해 ‘한국인의 희망’을 쏜 사람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 개발에 투입된 연구진은 줄잡아 100여 명에 달한다. 모두가 주역이다. 이들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함께 하며 ‘한국인’의 우주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키워갔다.
최근 ‘줄기세포’ 사건이후 내세울 만한 스타 과학자도, 변변한 과학적 성과도 없던 시점이었기에 고난과 역경을 딛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아리랑 2호 개발팀들은 ‘진정한 한국 과학자’들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항우연은 지금도 ‘전쟁중’=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에서 지난 28일부터 퇴근없이 생활하고 있는 50여 명의 연구원들은 지금 아리랑 2호와 한창 전쟁중이다.
이승우 위성제어그룹장은 “고난을 헤치고 성공적으로 발사한 아리랑 2호의 궤적을 ‘혹시나’ 잃어버린다면....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며 몇일째 교대근무 없이 하루 11∼17차례에 달하는 교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현재 아리랑 2호와의 교신은 케냐와 스페인의 해외보조 지상국을 제외하고 항우연과 남극 세종기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드 기지 등 3군데서 134차례 이루어졌다.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여름 휴가는 반납한 지 오래됐습니다. 태양을 향해 정상 순환하는 위성의 전장품과 원보드 탑재 컴퓨터, 배터리 등이 모두 설계대로 정상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밀려오는 ‘흥분감’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김은규 지상수신관제 그룹장은 “오는 9월 말까지 위성이 영상을 정상적으로 전송할 때까지는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발사의 감동, 지금도 생생=러시아 플레세츠크에 파견돼 40여 일간을 보냈던 아리랑 발사 준비팀 19명(5명은 나중에 합류)이 지난 3일 금의환향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도 발사 당시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홍일점으로 유일하게 러시아에 파견됐던 우주시험그룹 윤영수 연구원은 “모두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 발사 12시간 전부터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 ‘청심환’까지 준비했었다”며 “난생 처음 춥고(발사당일 발사장 플레세츠크의 아침기온이 0℃였다) 배고프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 이날 발사장이 있는 플레세츠크 발사임무통제실(MCC) 4층 관람대에서는 국회 및 과기부 관계자 20여명이 발사 성공만을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오전 11시 5분(한국시간 오후 4시 5분) 공개적 카운트다운 없이 로켓이 발사됐다는 러시아어 설명과 함께 주황색 연기가 4㎞전방에서 피어 올랐다. 곧이어 우뢰같은 로켓 발사소리가 건물 전체를 뒤흔들자 참관단들의 ‘와’하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환호성은 10초간격으로 장장 300초간 수십 차례나 이어졌다.
홍창선 의원은 백홍열 원장의 손을 맞잡으며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말을 건넸고, 임상규 과기혁신 본부장과 최영락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은 백홍열 항우연 원장을 끌어안아 축하해 줬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발사 현장 녹화 장면, ‘보고 또 보고’=정작 발사에 관여한 연구원들은 발사 장면을 보지 못해 뒤늦게 캠코더로 녹화한 발사장면을 돌려보고 또 봤다.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에 눈물겨워하며 건물이 떠나갈 듯 함성도 질렀다.
발사 현장 연구원들은 너무 기뻐 정작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감흥은 줄었지만 귀국해서도 서로가 당시 녹화 장면을 돌려 봤다.
이주진 위성총괄사업단장은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이라는 말로 위성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리랑 위성의 주기능인 첨단 고해상도 카메라(MSC)의 영상을 정상적으로 다운받기까지는 앞으로 2개월의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않았다.
황도순 체계종합그룹장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며 “더운 물도 안 나오는 숙박시설에서 지내며 여름기온이 때론 0℃를 오가는 동토 땅 플레세츠크에서 자랑스런 한국의 연구원들이 끝내 큰일을 해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백홍열 원장은 “직원들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일해 줘 가슴 한켠이 뿌듯하다”며 “과기노조 항우연 지부까지 나서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한 사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직원들 모두가 성공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러시아 현지에서 성공 축하연이 끝날 무렵 때아닌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임상규 과기혁신 본부장의 생일이기도 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