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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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로 온 나라가 신음하던 이달 중순. 가까이는 대구에서, 멀리는 싱가포르·슬로베니아에서 작지만 희망찬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학생들이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상위권에 들었다는 승전보가 연이어 전해진 것.

 요즘은 축구 국가대표가 아니면 관심을 끌지도 못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전 세계 또래들과 겨뤄 금·은메달을 따냈다는 것은 결코 작은 성과는 아니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 우리나라 170만 고등학생 가운데 대표로 선발되고, 그것도 모자라 전 세계 60여개국 학생과 겨뤄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은 도대체 어떤 친구들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기자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보다 더 바쁜 날을 보낸다는 우리나라 고등학생 5명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역시나 그들은 너무 바빴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설득해 지난 21일 늦은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과학기술부에서 올림피아드 입상자 가운데 5명을 만날 수 있었다.

 화학올림피아드 수상자인 남승완(서울과학고 3년), 홍태희(〃 3년), 박준홍군(〃 2년)은 방학식과 동아리모임을 마치고, 각각 수학·물리올림피아드 수상자인 남주강(경기과학고 2년), 유지수양(〃 2년)은 학교수업을 끝내자마자 달려온 터였다. 먼저 원초적인 궁금증을 해결해야 했다.

 ◇‘어떻게 공부했을까’=으레 수능시험 수석 인터뷰에서 나오는 ‘예습복습에 주력했어요’까지는 아니지만 이들 역시 그다지 특별한 방법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고, 가끔은 남들처럼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준비했다는 것 정도.

 수학올림피아드의 남주강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아 수학학회가 운영하는 계절학교에 꾸준히 참여했으며 통신강좌 등도 활용했다. 그는 “일반 학원에 비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 선배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화학팀 학생들에게도 학교 동아리가 큰 도움이 됐다. 홍태희 학생은 “중학교 시절부터 국내 과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최근에는 동아리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공 또한 빠질 수 없다. 유지수 학생은 “지쳐 흔들릴 때 용기를 북돋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으며 박준홍 학생은 “부모님이 격려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을 좋아할까’=아무리 과학영재라도 1년 365일 내내 과학공부만 할 수는 없는 법. 시간이 날 때는 무엇을 하는지 물어봤다.

 남학생들은 운동을 좋아했다. 남승완·홍태희 학생은 지난달 올림피아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전국 4개 과학고 체육대회에 학교 축구대표로 출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유지수 학생은 종이접기와 배드민턴, ‘LG트윈스’의 팬이라는 남주강 학생은 프로야구 중계 시청이 취미다.

 화학팀의 막내 박준홍 학생은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음반을 구입할 정도로 음악을 즐겨듣는다. 본인 표현으로는 ‘특이한’ 음악을 좋아한다.

 이성친구 하나둘씩 있는 것이 보통인 요즘이지만 공부하느라 바빠서인지 아니면 ‘능력(?)’이 없어서인지 다섯 학생 중 한 명만 사귀는 이성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장래 희망은 무엇일까’=올림피아드 입상으로 다섯 명 모두 사실상 대학 진학 티켓을 확보했다. 대부분의 국내 이공계대학이 입상자에게 특별전형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

 물리와 수학 입상자인 유지수·남주강 학생은 앞으로 유학가서 해당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고 한다. 유지수 학생은 에너지공학을, 남주강 학생은 생명공학 응용 분야를 고려할 생각이다. 세 남학생은 화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이들에게 다행히 이번 올림피아드는 자신감을 얻는 동시에 더욱 넓은 세상을 만나는 기회였다.

 이들은 올림피아드에서 만난 해외 학생들의 ‘즐기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남승완 학생은 “서양권 친구들은 입상이 목표라기보다는 오히려 놀러온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고 박준홍 학생은 “세상은 넓다”는 말로 대회 참가 소감을 대신했다.

 다만 조직위원회가 공식 발표하지 않는 국가별 성적을 유독 우리나라는 별도로 취합해 발표한다고 설명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소 씁슬해 보였다.

 어느덧 인터뷰 말미에 이르렀지만 아직 이들의 꿈이 정확히 무엇인지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사실 이제 10대 후반인 이들에게 10년, 20년 뒤 모습을 도화지 한 장에 그려보라는 주문 자체가 무의미한 듯싶었다.

 이들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할 과학자가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뚜렷한 주관을 가진 이들이 왠지 멋진 미래를 그려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어느새 어둑해진 과천 청사를 나와 서울로 몇몇 학생을 데려다주는 차 안. 그래도 기자를 만났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소문에 관한 진위를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과학영재들도 보통의 10대 또래와 다를게 없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그들과의 짧은 만남을 정리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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