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이후 우리 자신보다 외국의 진단과 판단에 따라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공기업까지 타격을 받고 소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는 경제 성장의 동인으로 신지식 및 IT기업, 제조업 중심으로 벤처기업 육성책을 펴왔다. 정책의 성패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일조를 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 관점에서 정부의 많은 공적 자금과 정책 지원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벤처기업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1998년에서 현재까지 거품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벤처기업이 남긴 그림자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그래도 국가의 미래 희망은 경쟁력 있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건강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러한 미래의 희망인 기업을 많이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이 기존과 달라져야 하고, 벤처를 경영하는 CEO 역시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은 세제·정책자금·기술인력·정보화 등 주로 자금과 인력·기술 지원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벤처기업 CEO는 자금·기술·인력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순수기술개발·경영전략·시장개척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면이 있었다.
벤처지원정책이 직접적인 많은 효과를 얻으려면 개별 기업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제는 기업을 인간과 같이 탄생, 성장, 발전, 소멸의 라이프사이클을 지닌 존재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도 건강하게 탄생하고 성장, 발전하려면 인간처럼 사이클마다 전문가에게 기업 건강 상태를 진단받고 처방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은 그 나름대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별 벤처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지원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즉 전문가의 충분한 사전 진단과 평가를 통해 지원하기보다는 형식적 요건(서류 요건)만 맞으면 지원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 CEO도 외부 전문가에 의뢰해 무엇이 문제인지 충분한 진단과 평가를 받고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원 대상 벤처기업에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과 예산이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지원함으로 인해 효과를 보지 못하고 낭비되는 예산 및 자원이 많다.
매년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많은 부문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 현실은 더 어려워져 가고 있다. 이는 지원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경영자들에게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둘 다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정부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벤처기업의 문제점들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업병원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 기업병원 설립에 대한 전제로서 기존의 MBA보다 전문화된 이론과 현장감으로 무장한 기업전문의사가 양성돼야 한다. 기업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전문의를 양성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
국가가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면 단순한 자금지원, 세제혜택, 기술지원 등으로는 어렵다. 개별 기업의 특성과 체질을 감안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아내, 그것에 맞는 처방을 해야 한다. 벤처기업 CEO 역시 자의적 판단을 하기 전에 기업병원의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기업도 사람처럼 건강한 생명을 가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적 능력 향상 및 체질 강화 등의 활동이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상시로 기업병원에서 자발적 진단을 받고 치유받아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박태희 한국기업케어앤크리닉 대표 ceo@kecn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