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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 표준 정책이 기로에 섰다. 콘텐츠 호환성 확보, 무선망 개방 확대 등은 미미한 수준이고 진화 역시 제자리 걸음이다. 하지만 세계 무선 플랫폼 기술은 최근 2∼3년 사이에 급속하게 발전, KTF는 ‘브루’ 도입을 결정했다. 위피의 실태와 앞으로 과제 및 전망을 긴급 진단한다.

 “콘텐츠 호환성이 진전된 것도 아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확대한 것도 아니다.”

 위피의 현주소다. 표준화를 논의한 지 5년, 탑재를 의무화한 지 1년째를 맞은 위피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한마디로 급변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의 흐름 속에 위피가 명분뿐인 표준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호환성 확보라는 도입 취지는 5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KTF가 내년부터 위피온브루를 채택키로 함에 따라 단일 표준의 의미도 퇴색했다.

 당초 세계화를 지향했던 위피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퀄컴·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업이 내놓은 운용체계(OS) 및 플랫폼과의 냉혹한 경쟁에 위피의 온전한 자리매김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명분뿐인 호환성=위피 도입의 당초 목표는 콘텐츠 호환성이다. 한번 개발한 콘텐츠를 큰 변환 없이 이통사별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공통 표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SK텔레콤·KTF·LG텔레콤이 운용중인 플랫폼은 이름만 위피일 뿐, 시스템 구조와 애플리케이션 구현 방식은 상이하다.

 최근에는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쓰는 규격이 공통 표준 스펙보다 많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게다가 한 이통사의 휴대폰도 소프트웨어 버전에 따라 10여종으로 분류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상 없다.

 휴대폰 제조사들의 비협조로 후발 사업자는 1년 전에 발표한 위피 신버전인 2.0조차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사업자 간 편차도 더욱 벌어지는 실정이다.

 ◇자생력 부족한 표준화 기구=위피 표준을 제정하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의 모바일플랫폼분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위피의 문제점이 쉽게 드러난다.

 위피가 무선인터넷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여기에 참여한 이통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은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수없이 충돌한다.

 그러나 TTA 산하의 수많은 포럼 중 하나에 불과한 KWISF의 위상이 약해 대기업들의 이해를 조정할 수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업자의 자유로운 참여를 바탕으로 자생력을 구축한 해외 표준화기구인 JCP·OMA 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기업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로 KWISF 표준 제정 절차를 개편했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이미 글로벌 OS 및 플랫폼 시장의 판이 굳어진 후에 경쟁력을 갖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글로벌 환경에 맞는 새 정책 필요하다=노키아·MS·퀄컴 등이 주도하는 모바일 OS 시장은 무한 경쟁 환경에 돌입했다. MS가 이미 윈도를 앞세워 PC를 장악한 것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위피도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 과제다.

 하지만 SK텔레콤의 해외 직접 진출 시 위피가 사용된 사례를 제외하면 해외 개척 성과는 전무하다. ‘한국만의 위피’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경쟁력 없는 국내 표준만을 고수하다간 국내 무선 산업 전체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02년 12월 통상 압력을 무릅쓰고 위피 의무 탑재를 결정한 정부의 선택은 참으로 용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위피는 이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기술과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제 또 한번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이 더디더라도 꾸준히 표준 기반을 넓혀 나가게 될지, 아니면 시장의 흐름을 따라 자유로운 경쟁을 펼치게 될지 위피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맡겨졌다.

 박승정·김태훈기자@전자신문, sjpark·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