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십시일반` 장학사업

 “우리 회사도 한 명 추천해 주세요. 의미있는 사업인데.”

 통상 장학사업은 재단이 만들어지고, 적지 않은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또 모든 장학재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인사가 큰 마음을 먹고 사회공헌을 결정해 이뤄지는, 다소 거룩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협회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장학사업은 전혀 다르다. 별도 재단은 없다. 그냥 희망하는 반도체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장학사업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수혜학생이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업에 어떤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너무나 장학사업 같지 않아’ 더 친숙하고 거룩하게 느껴진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장학사업은 이사회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의돼 진행되고 있는 독특한 사례”라며 “회원사들도 워낙 적극적이어서 힘을 덜 들이고도 가장 의미있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도체협회 장학사업의 특징은 대규모 장학기금 없이 장학금 출연을 희망하는 업체가 1계좌(1000만원)씩 힘을 보태는 ‘십시일반’ 인력양성 사업이라는 점. 당초 지난 6월 30일까지 신청을 마감하려고 했는데 입소문이 퍼지면서 뒤늦게 참여기업이 늘어 신청 마감일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의 자존심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세계 3위의 생산국이고, 메모리 분야는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올라 있다. 이 같은 명성에 걸맞게 주요 대기업 반도체 업체는 인력양성·장학사업 등 사회공헌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반도체 중소기업이 중지를 모았던 이번 장학사업에 대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특별한 형식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에 맞춰 동참할 수 있는 편안한 모델이기 때문에, 이 장학사업은 해마다 그 규모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해서 매년 일정 규모를 맞출 필요는 없다. 그냥 창구만 열어 놓고, 그 다음은 반도체인의 의지만 반영하면 된다. 반도체산업을 이끄는 반도체인(기업)이 모두 한 계좌씩 부담없이 장학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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