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IT·CT산업 육성 `간판만 요란`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주먹구구식 정보기술(IT)·문화기술(CT)산업 지원책이 도마에 올랐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진흥원 주관 아래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정부 지원자금으로 마련한 각종 장비 및 지원센터 구축 등이 해당 기업 및 업계에 실질적 지원 역할을 못한 채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비쳐지면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IT벤처센터 내 모바일 포팅스튜디오가 화려한 간판만 남은 채 사라졌다. 지난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세중나모의 제휴로 설립된 포팅스튜디오는 지역 모바일게임 업체를 지원하고 나아가 아시아 글로벌 포팅센터로 자리매김한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1년 반을 넘기지 못하고 이름만 남게 됐다.

 진흥원 관계자는 “세중나모와의 포팅 물량 공급 프로젝트가 끝났기 때문에 규모를 축소한 것일 뿐 폐쇄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팅스튜디오가 들어섰던 7층의 50평 공간은 화려한 간판만 남은 채 현재 강의실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당초 단순 포팅 물량을 원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동안 진흥원이 지원하는 특정 업체를 제외하고 포팅 물량을 받아 활용한 업체도 없는데 무슨 지원센터였냐”며 지원센터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지난해 말 2억원 이상을 투입해 마련한 HD카메라 장비는 수개월 동안 특정 업체 한 곳에서 장비 사용을 독식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마련된 광주문화산업진흥원 HD카메라는 그동안 12개사에서 20여개 작품을 제작하는데 사용됐다.

 문제는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이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장비 구입이 이뤄져 특정 업체 또는 특정 장비 공급업체를 위한 지원책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진흥원이 관장하는 4개 지원센터의 입주 기업들은 장비 구입과 관련해 어떤 문의도 받지 못했다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

 부산을 첨단 CT산업 도시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 3년간 정통부 지원 자금으로 마련된 멀티미디어지원센터 내 5개 공용장비실과 기기는 활용성 측면에서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3D게임 및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한다는 모션캡처실의 경우 올 1/4분기 가동률은 평균 33.7%였다. 하루 8시간 사용 기준으로 평균 2시간30분만 사용됐다는 얘기다. 3D스캐닝실은 매달 1∼2개 업체가 이용했다. 관련업계는 다 아는 특정 업체다. 하루 서너 시간, 한 달에 한 두개 업체를 위해 수십억원이 쓰였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내 장비는 2002년부터 올해 5월까지 평균 가동률이 100%에 달한다.

 진흥원 측은 이에 대해 ‘영세한 기업 기반과 지역내 관련업계의 전문장비 이용능력 부족’을 주된 이유로 설명했다.

 모 기업 사장은 “영세하다면 영세한 수준에 맞춰 장비를 갖추면 되고, 이용 능력이 부족하면 전문 기술자를 배치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업계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이나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않은 채 지원책이 마련돼 추진된다”고 진흥원의 활동에 불만을 토해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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