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게임산업을 만들자]1부: 세계경영 전진기지를 가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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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고속인터넷가입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PC방 등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환경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시에 있는 대형 PC방에서 젊은이들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년 PC게임(온라인게임 포함) 미국 소매시장 톱10

(4)미국 제조업에서부터 서비스업까지 어떤 종류의 산업이 됐든 미국시장은 꿈의 무대다.

소비와 생산 모든 면에서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게임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질적·양적으로 세계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기 위해선 소비자로서의 미국시장과 경쟁자로서의 미국시장을 동시에 경험하고 넘어서야 한다.

아직도 미국시장에서 게임이라 일컫는 10개중 7개는 비디오(콘솔) 게임이다. 그리고 PC게임이 2개이고, 나머지 1개가 한국이 뚫어야하는 PC온라인게임이다.

불과 2년여 전만 하더라도 이 질서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과연 온라인게임시장이 존재하는지 확신조차 갖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 보급된 인터넷 가입자중 브로드밴드가 50%를 넘어가고 있다.

29.99달러 월 정액제로 제공되는 저렴함에다 각 지역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가격경쟁까지 불이 붙으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OECD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의 브로드밴드 이용자 수는 4900만명으로 한국의 4배, 전체 OECD국가 1억5800만명의 31%를 차지 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2003년말 2034만명(FCC 집계 기준) 불과하던 것이 2년만에 140%나 폭증한 것이다. 분기별로 평균 17.5%씩 가입자가 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이러한 폭발적인 브로드밴드 가입자 증가 추세는 한국 온라인게임업계에는 가장 직접적인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전체 온라인게임시장 규모는 3억4400만달러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중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시장규모가 2억9200만달러 였으며, 실질 유료 이용자 수는 140만명이었다. 물론 인기비율에서 아직도 형편없이 작은 수치기는 하지만,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캐주얼게임을 중심으로한 게임포털시장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 거의 시장 기미가 없던 미국내 게임포털시장은 지난해 비로소 첫 윤곽을 드러내며 5200만달러의 시장규모를 보였다. 아직은 월평균 5달러 미만의 결제 금액을 보이고 있지만, 브로드밴드 확산과 함께 이 금액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란 게 대세적인 관측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 온라인게임 간판 기업의 미국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업체 중 가장 먼저 미국시장을 전세계 게임시장 패권이 달린 승부처로 인식한 곳은 엔씨소프트다. 그만큼 공략속도도 빨랐고, 현재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00년 5월 미국에 현지법인 엔씨인터랙티브를 설립한 엔씨소프트는 이후 급속도의 성장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리처드 게리엇 등 세계적인 개발자까지 품에 안으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온라인게임기업으로 커나가기 위한 승부에 나선다.

게리엇 형제를 중심으로 뭉친 개발 스튜디오인 엔씨오스틴을 비롯해, 2002년 스타크래프트 핵심 개발자로 구성된 아레나넷 인수, 지난해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스튜디오 설립에 이르기까지 미국내 주요 개발 거점만 3곳을 이미 갖고 있다.

이중 아레나넷이 만든 ‘길드워’는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온라인게임 돌풍을 일으키면서 전세계 패키지 판매량이 200만장을 넘어설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커가는 북미 온라인게임시장과 함께 엔씨소프트의 북미시장 매출도 폭증 수준을 달리고 있다. 지난 2002년 4억4700만원에 불과했던 북미매출은 지난해 687억6600만원으로 150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 3529억원중 20%를 북미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엔씨소프트가 북미 MMORPG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면, 넥슨과 NHN은 캐주얼게임과 게임포털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이미 지난 99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바 있는 넥슨은 올해 법인 체계를 확바꿔 진정한 시장공략의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미 넥슨USA 설립을 마무리하고 초대 대표 선임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초기 시장 공략 타이틀로는 글로벌서비스에서 동시접속자수 5만명을 넘기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메이플스토리’가 전면 배치된다.

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3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댄스게임 ‘오디션’도 넥슨이 북미시장에 서비스하게 된다.

아시아 최대 게임포털을 일군 넥슨이 가볍고 밝은 풍의 온라인게임이라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미국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NHN도 이번 3분기중 현지 게임포털을 열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한게임 신화를 만들어낸 김범수 사장이 직접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사업을 챙기고 있다. 가장 강점을 가진 웹보드게임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온라인게임 1위에 오른 1인칭슈팅(FPS) 게임인 ‘스페셜포스’ 등을 초기 간판작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웹젠은 블리자드 출신의 초특급 개발자 마크 컨이 이끄는 레드파이브스튜디오와 차기 프로젝트 개발 협력을 맺은 한편, 차기작 ‘헉슬리’를 북미시장을 주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도 ‘디아블로’의 개발 주역인 빌 로퍼의 플래그십스튜디오가 만든 ‘헬게이트:런던’의 전세계 온라인서비스를 맡게 된다. 북미시장의 패키지 판매는 일본 남코가 맡지만, 패키지 구매 이후 온라인 접속 및 게임 이용은 한빛소프트와 플래그십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로스앤젤레스(미국)=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비벤디, EA, 소니온라인 등 텃새 넘어서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온라인게임 개발과 상용화를 이뤄냈지만, 앞으로 진정한 세계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비벤디유니버셜, 일렉트로닉아츠(EA) 등 세계적 게임 기업과의 승부를 이겨내야 한다.

이들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쌓인 명성과 이미지로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고 있다.

북미 게임이용자들은 비벤디 게임이면 우선 사고 본다. 그리고 EA가 신작을 내놓으면 줄을 서가며 열광한다.

북미 온라인게임시장 개척에 나선 한국업체에겐 이들이 경계대상 1호인 셈이다.

비벤디유니버셜은 자회사 블리자드가 만든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로 북미를 비롯한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장악하고 있던 중국시장에서 ‘WOW’는 보란듯이 한국 게임을 물리치며 온라인게임 최강국의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북미시장에서도 여전히 WOW의 기세를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EA는 아직은 비디오·PC게임이 주력이지만, 수년내 ‘온라인게임’ 중심 체제로 전열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CEO가 나서 “온라인게임이 우리의 승부처”라고 부르짖을 정도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A는 최근 MMORPG 개발을 주력으로하는 미씩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이러한 온라인게임 전략이 허풍선이 아님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탄생할 EA미씩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워해머 온라인:에이지오브 레코닝’을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선보이며, 한국 업체들에게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또 다른 축으로 EA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개발력을 자기 게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네오위즈와 공동개발한 온라인축구게임 ‘피파온라인’을 한국에서 서비스하면서, 전세계시장 서비스 실험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강온 양면 전략인 셈이다.

소니그룹의 온라인게임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도 ‘에버퀘스트’ 시리즈로 북미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