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이 지난해 세계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발표한 과학논문 편수가 2만3048건으로 4년 연속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논문 편수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황우석 사태를 생각하면 일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과학논문 발표 수의 증가율이 19.5%에 이를 정도로 높았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발표 과학논문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처음으로 2%를 돌파하는 개가를 올렸다. 더욱이 미국의 과학지표(NSI) 데이터베이스 분류기준으로 세계 10위에 들어간 분야가 19개고, 이 가운데 10개가 공학·컴퓨터 부문이어서 IT강국답게 IT부문에서 국제적인 연구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보기술&통신시스템 분야의 논문이 세계 3위에 올랐고, 전기전자공학이 4위, 생물공학 및 응용미생물학이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논문의 질적인 측면을 따지면 아직 세계 수준과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논문 피인용 횟수에서 세계 30위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발표 논문 양에 비해 연구의 질적 수준이 미흡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논문을 활발하게 발표하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충실한 내용을 담느냐도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 준다. 다행히 최근 5년 동안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가 지난 2003년 2.63회에서 2004년 2.80회, 2005년에는 3.04회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논문의 질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과학계 일부의 지적대로 논문 피인용 횟수가 연구능력을 가리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만큼 이번 결과를 놓고 볼 때 국내 과학자들이 좀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두뇌한국(BK21)’사업이 대학사회의 연구성과 중심의 경쟁풍토 확산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이 앞으로 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요즘 연구개발과 비즈니스의 결합은 선진국 경제발전 방식의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기초과학이냐 응용과학이냐 하는 논쟁은 소용이 없다. 대학은 기업이 되고, 교수는 사장이 되는 시대, 거대한 기업군 자체가 바로 연구소로 전환되고 연구 업적 하나 하나가 곧 주력기술, 주력상품으로 발전하는 시대다. 이 점에서 국내 과학자들의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많이 게재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우리 과학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연구 업적들이 기초과학의 토대를 공고히 하면서 그 일부가 부를 창출하는 상품 개발로 연결될 때 더욱 의미가 커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이 같은 과학논문 상승세를 이어나가며 특히 연구논문의 질을 제고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시대에 걸맞은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공계 천시가 여전한 가운데 일반 과학기술 연구자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정부나 각종 단체의 지원도 실용화 부문에만 집중돼 있다. 성과주의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학기술 지원체계를 개선하고는 있지만 아직 손댈 곳은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막대한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연구 개발한 성과물들이 상용화·상품화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연구지원금이 연구 단계뿐만 아니라 상용화 단계에까지 지원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구성과물을 실현함으로써 과학자들의 연구의욕을 북돋우고 더 창의적인 기술개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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