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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아도 묻어 나오는 듬직함과 씩씩함. 여성이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지만 참여정부의 세 번째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김선화 보좌관(50)에게선 분명 여성스러움과 함께 이 두 가지 분위기가 존재한다. 대학 때는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친 적 없는 전학기 장학생였음에도 스킨스쿠버에서부터 골프, 테니스, 볼링 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취미는 공연 관람이다. 게다가 주변을 잘 챙기고 성격이 따뜻해 적이 없다. 한마디로 문무에 감성, 리더십까지 갖춘 리베로다.
이런 그를 강도높은 과학기술 혁신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참여정부가 참모로 선택했다. 대통령이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철학을 정책으로 실현하는데 필요한 자문과 보좌역할을 하는 자리에 선 그를 만나봤다.
#3D업종인 주물현장에서 철학을 얻다
공대, 그것도 전공이 금속공학이다 보니 여학생 수가 적어 대학 때는 줄곧 혼자 다녔다. 석사를 마치고 들어간 포항제철연구소에서도 여자가 없기는 마찬가지. 현장교육을 받을 땐 ‘여자가 현장에 있으면 남자들이 딴 곳(?)에 정신을 팔다가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쇳물 끓이는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금속분야의 작업장은 지금도 3D업종으로 꼽힌다. 뜨겁고 위험하고 깊은 주의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주물현장은 김 보좌관이 경험한 가장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었다.
“더 배우고 더 편안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수록,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주물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술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했다. 누가 알아주거나 지켜보지 않고, 더군다나 강요하지도 않지만 항상 이 같은 책임이 따라다닌다는 김 보좌관의 철학은 바로 주물현장에서 얻은 것이다.
#정직의 대상은 나 자신
그는 지금까지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보좌관이 된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보다 큰 봉사를 해야겠는 생각이다.
크든 작든 자기가 공부한 전공을 살려 취업해 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행복을 느꼈다는 그의 인생에 깔려 있는 덕목이 있다. ‘항상 진실되게 살자, 꾸준히 한결같이, 조금씩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는 늘 ‘조금씩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생활한다. 매일매일 꾸준히 필요한 공부를 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배우고,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잔소리도 하면서 스스로 ‘나는?’하고 반문도 하면서 다시 긴장하기도 한다.
김 보좌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덕목은 ‘정직’이다. 김 보좌관이 생각하는 정직의 대상은 따로 있지 않다. 흔히 남과의 관계에 있어 정직을 이야기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정직의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정보과학기술정책의 연속성을 생각한다
그는 박사학위를 마친 후 정부출연연구소(기계연구원 창원분원)에 취직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용화를 지원하는 일을 맡아 해왔다. 당시엔 기업의 연구개발이 대부분 품질을 평가하는 시험분석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출연연구소에서 많은 기술지원을 담당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기술지원을 하면서 배운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이 지금에 있기까지 큰 도움이 됐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이 같은 경험과 지식은 효과적이었다. 학생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떠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해 생생한 현장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대학, 출연연, 기업의 연구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에서 나름대로 고민해 온 과학기술정책을 과학기술계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제 2의 과학기술 입국’의 토대를 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보좌관은 “그간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국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지난 4년 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과학기술 정책들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마무리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미래의 주역들이 실험실에서 신명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고 탄탄한 중소기업이 많이 생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소망도 곁들였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