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진 7개국 반열 올라선 과학기술 역량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이 독일·미국·일본 등과 같은 세계 7대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엊그제 전해진 월드컵 첫 승전보만큼이나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자체의 평가가 아니라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불리는 랜드연구소가 세계 29개국을 대상으로 기술혁신 역량 분류지표인 기술응용·실현능력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

 랜드연구소가 세계 기술변화 추이와 이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응용(TAs) 분야 16개 가운데 각국이 향후 몇 개 분야를 확보할 수 있는지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일본·호주와 같이 14개 이상의 TAs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가 2020년께 미국·캐나다·독일 등과 함께 세계 7대 과학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16개 TAs 중 기술혁신 역량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입는(웨어러블) 컴퓨터, 생활 깊숙이 침투하는 센서, 조직재생공학, 유비쿼터스 정보 접근성 등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는만큼 이런 평가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추진 장애도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이스라엘보다 낮고 캐나다·독일·호주·일본과 같은 30% 수준으로 분석돼 더욱 그렇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비용과 자본, 인프라, 자원 사용, 환경, 연구개발(R&D) 투자, 교육, 문자해독률, 인구 규모와 구조 등의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기대를 갖게 한다. 교육·인프라·경제성과제도 등을 담은 지식경제지수(10점 만점)는 7.84로 호주·미국·캐나다·독일 등에 이어 7위에 올랐다. 혁신지수도 4위를 기록했다. 기술혁신 역량이나 지식기반 수준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만큼 급속하게 변하는 기술 추세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규·정책·사회가치·여론·정치·국정관리·안정성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과학기술 역량이 R&D 투자나 기술혁신 능력, 인재 등에 달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이나 법규, 정치 등과도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닌다. 때문에 이런 연관 분야가 단점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 차원을 떠나 국가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걱정되는 일이다.

 과학기술 정책이나 관리가 잘못되면 R&D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R&D 투자의 효율성 부진은 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술 자립은 고사하고 오히려 해외기술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R&D 능력을 끌어올리지 않고는 미래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기술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가 현재의 과학기술 역량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R&D의 특성화·효율화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세계적으로 기술발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학제 간 기술협력과 기술응용의 융합 현상이 한층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그것도 생명공학·나노·재료·정보 4개 기술분야의 융합으로 구현될 것이라는 랜드연구소의 지적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한 국가 총 R&D 투자가 GDP 대비 2.85%로 세계 8위권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우리 과학기술 역량은 높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과학기술 역량이 선진국 수준에 있지만 양질의 인력이 이공계를 계속 기피한다면 우리나라는 경쟁 국가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