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사행성 기준-이것이 문제

향후 게임산업 진흥과 건전 게임 문화 조성의 법적 근거를 제공할 ‘게임산업진흥법’의 하위법령인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이 마련됐다. 이에따라 공청회, 입법예고등을 거쳐 9월께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마련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초안에 적지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행성 관련 기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규정돼 있어 관련 업계가 반발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화부가 마련한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중 가장 민감한 부분은 성인 게임장의 시간당 투입금액. 정부는 이번 게임법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기존 음비게법(음반·비디오 및 게임에관한법률)에서 정한 세부 규정을 대폭 강화, 시간당 투입 금액을 종전 9만원에서 딱 절반인 4만5000으로 낮췄다. 이용자들의 손실액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관련 업계는 “9만원도 비현실적이어서 이용자들이 불법 도박 PC방으로 옮겨가는 마당에 다시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성인 게임장의 전면 폐쇄와 같은 가혹한 처사”라고 항변한다. 한 성인게임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시간당 4만5000원밖에 배팅을 할 수 없다면 성인 게임장을 찾을 이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업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저녁 12시까지로 규제하려는 것 역시 현실적인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근대적 발상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성인들의 전유물인 성인 게임장은 심야 시간이 피크타임인데, 이 시간대에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아예 문을 닫으라는 말보다 심하다는 것이다.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안에 따르면 하루 영업 제한 시간이 9시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3∼14시간 줄어드는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성인 게임장에 대한 전체 이용가 게임의 의무 설치 비율을 현행 40%에서 60%로 강화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인 게임장을 찾는 고객 중 전체 이용가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를 60%까지 높이는 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일이며, 이를 제대로 준수할 경우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업계는 오히려 불필요한 청소년 공간 40%를 확보하느라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해 게임장 업주의 수익성, 고객들에 대한 환급률, 향후 과세 금액만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이를 60%로 늘릴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잠실에서 성인 게임장을 운용하는 K모씨는 “법을 제대로 지키면 지금보다 매출이 9분의 2정도에 불과해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는 결국 정부가 편법과 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 시간 경품 한도액으로 규정한 20만원도 기준이 모호하고 복잡하게 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즉, 돈을 넣은 만큼 일정 비율로 상품권을 배출하는 것에 대한 보다 기술적인 검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게임법 하위 규정엔 게임시간이 1시간을 초과해도 최종 경품 한도액을 20만원으로 제한하도록돼 있는데, 이것이 오히

려 고객들의 손해를 가중시켜 더 큰 문제를 양산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불합리한 조치로 지금보다 불법과 탈법 성인게임장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이는데도 사후관리에 대한 대책마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게임법대로 전국 2만여 성인 게임장에 대한 연간 1회의 실태조사가 이루어지려면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진 전문가가 검찰, 경찰로 구성된 사후 관리팀이 필요하다. 이들 팀이 1일 5개 업장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다해도 꼬박 4000일이 필요해 최소한 20개조 이상의 사후관리팀이 필요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게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을 잘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아케이드산업 진흥에 대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세계 게임산업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케이드게임산업이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구현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렇게까지 천대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전자신문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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