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국산 문화콘텐츠의 발전을 기치로 창립한 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추진해온 다양한 사업은 이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초기에 가장 중점을 뒀던 분야는 ‘창작역량 강화’다. 성숙되지 않은 문화콘텐츠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창작물이 쏟아져 나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창작역량 강화사업은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우수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하도급 제작 위주로 이루어졌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우수 파일럿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우수한 기획력과 신선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선정했으며, 우선 파일럿 작품을 제작하도록 유도해 부족한 기획창작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침체된 만화 시장에서 우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우수 기획만화 제작 지원은 물론이고 국산 만화를 연재하는 잡지를 지원해 창작 환경도 동시에 조성했다. 문화콘텐츠 업계의 가장 큰 수익원인 캐릭터 산업에서도 국산 캐릭터 상품뿐 아니라 적극적인 캐릭터 마케팅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며 국산 캐릭터 라이선스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 결과 TV용 국산 애니메이션은 지난 2000년에는 8개 작품에 불과했던 것이 2002년 23편, 2003년 23편, 2004년 18편이 제작됐고 극장형 애니메이션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총 9개 작품이 개봉됐다. 특히 2001년 애니메이션 우수 파일럿에 선정된 ‘오세암’은 안시페스티벌에서 대상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우리 애니메이션의 질적 향상을 해외에 알리고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 전환의 기회가 됐다.
또 2002년 애니메이션 우수 파일럿에 선정된 ‘강아지똥’은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도쿄애니메이션페어(TAF 2003)’에서 파일럿 콘텐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역시 우수 파일럿 제작 지원작이었던 ‘뽀롱뽀롱뽀로로’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만화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수 창작 기획만화 지원을 통해 연간 15편 내외의 신간 작품이 연재됐고, 특히 2001년 우수 콘텐츠 지원사업 중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온라인 만화 열풍을 일으키면서 코믹스라는 만화 형식의 기존 틀을 깨는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총 200만부 이상 판매된 슈퍼 베스트셀러로, 2003년 전체 출판물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창작작품을 중심으로 창작역량이 점차 강화되면서 이제는 문화콘텐츠의 핵심이며 가장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 원소스멀티유스(OSMU)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2년 만화 기획연재 지원작품에 선정된 ‘궁’은 드라마로도 제작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바람의 파이터’ ‘다모’ ‘풀하우스’ 등도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큰 성공을 거뒀다.
국산 캐릭터는 마시마로를 필두로 급격하게 성장해 4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했으며 시장점유율도 외산의 틈바구니 속에서 40%에 육박하는 양적 성장을 일궈냈다. 캐릭터 상품 제작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인기 캐릭터 상품도 발굴됐다. ‘뽀롱뽀롱뽀로로’를 이용한 캐릭터 인형이 매출액 30억원에 이르는 빅 히트를 기록했고 ‘곰탱이’ 어린이 음료는 음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캐릭터 뮤지컬은 캐릭터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도 했다.
지금까지 창작 지원 5년의 성과를 살펴봤다. 이제 국산 문화콘텐츠는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니 갈 길이 멀다. 시장에서 국산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아직 외산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시장점유율이나 경쟁력에서 뒤진다. 외국의 거대자본에 밀려 유통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탄탄하게 성장하는 창작의 힘을 바탕으로 외산 콘텐츠를 앞설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콘텐츠 창작역량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 한층 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김진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 kjk@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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