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DVD]6월 1주

음란서생 ‘음란서생’의 주인공인 윤서는 전형적인 사대부집안의 장자이자 사헌부 관리다. 영화의 도입부는 이 윤서라는 인물이 글재주는 있으나 얼마나 우유부단하고 용기가 없는 사람인지 보여준다. 그는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는 조선 중기 무렵의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이지만 딱히 그 질서 내부의 경쟁에서 이겨나가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의 글재주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적극적인 정치적인 성공을 위해 글 재주를 활용하진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활용할 욕구가 없는 것이다. 음란서생의 최대 강점은 윤서의 탈주와 자아실현의 과정을 화려하게 세공된 화면위에 유머러스하게 잘 펼쳐놓았다는 데 있다. ‘음란소설’은 이런 음란물에 대한 유쾌한 풍경화지만 그 자체로 전복적인 기운을 가진 작품은 아니다. 불온함과 음란함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지나치게 점잖고 젠 체하는 영화지만, 그 점잖음 속에서 삐죽삐죽 삐져 나오는 해학과 기지는 높이 사고 싶다.

스윙걸즈

만화적인 상상력과 톡톡 튀는 재치의 영상감각으로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스윙걸즈’가 국내에도 DVD로 출시된다. 여고생판 ‘워터보이즈’로 불릴법한 스윙걸즈는 지루한 여름방학 보충수업 중이던 낙제 여고생들이 학교 밴드부의 집단 식중독 사고로 대신 밴드부에 가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처음엔 어설프고 우스운 모양새였지만 피나는 노력과 좌충우돌 소동 끝에 결국 밴드경연대회까지 출전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행복한 터치로 담아낸 달콤상큼한 청춘영화다. 악기 구입을 위해 대형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화재사고를 내는가 하면, 송이버섯을 따다가 멧돼지를 만나 쫓고 쫓기는 소동을 벌이는 일련의 과정은 철없는 여고생들의 일화라기엔 너무나도 순수하고 깜찍한 열정이기에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흘러넘친다.

크래쉬

폴 해기스의 작품 ‘크래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각본, 편집상 등 3개부문을 수상하며 화제에 올랐다. 수많은 이민자들과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용광로와도 같은 거대한 미국사회의 인종문제를 다소는 도발적이면서도 진지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종문제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해묵은 갈등으로 그려온 이전까지의 영화와 달리 신과 윤리라는 다소 종교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전제를 제시하여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는데 암묵적으로는 백인과 유색인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여전히 벗지 못한 느낌이 들지만 자동차 충돌 사고라는 하나의 시발점으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옴니버스 식 이야기의 정교한 접합 구성은 과연 명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감독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으로 대표되는 한국인, 히스패닉계까지 거역할 수 없는 피부색의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심리적 거리감을 충돌이라는 개념으로 전개해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