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중견 디지털TV(DTV)업체 에이텍과 쓰리에스디지털은 요즘 기구물(금형)과 TV보드를 ‘물물교환’한다.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면서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는 ‘윈윈’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장면 둘.
중소 DTV업체 CEO가 주축이 된 ‘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에서는 요즘 CEO를 보기 힘들다. 몇몇 업체가 원가 이하로 가격을 내려 출혈경쟁을 주도하면서 CEO 간 앙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을 ‘얼굴 마담’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아예 불참을 선언한 CEO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 DTV업계가 위기 속에 ‘협력’과 ‘갈등’의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가격인하 공세가 커지면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협력 바람이 일고 있는 반면에 한편에서는 제살깎기식 가격인하 경쟁에 ‘동지’에서 ‘원수’로 등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협력 사업은 TV 부품을 과감하게 아웃소싱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에이텍과 쓰리에스디지털은 각각 기구물과 TV보드를 제공하면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에이텍은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3∼4개 신생업체에 기구물을 염가에 제공중이다.
에이텍의 기구물을 사용키로 한 업체 관계자는 “기구물 금형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억원 안팎의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비슷비슷한 금형에 거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으로 중소업체 간 반목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2004년 말 중소 디스플레이업체가 부품 공동 개발·구매 등의 협력 사업을 위해 출범한 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는 불과 1년 6개월 만에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한때 협의회 활동에 적극적이다 최근 모임 불참을 선언한 한 CEO는 “모임에서 가격인하 출혈경쟁은 공멸의 지름길이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오히려 협의회를 이끌어온 기업들이 이전투구를 야기해 조직의 필요성이 사라진 상태”라고 꼬집었다.
실제 코스닥 등록기업 등 주요 CEO의 불참이 이어지면서 출범 이후 매달 개최됐던 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 모임이 지난 4월에는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중소 DTV업계가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두고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은 물론이고 시장 자체가 ‘성장통’에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시장이 갑자기 구조조정기에 들어서면서 생존비법으로 한편으로 ‘공존’을 모색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단 혼자 살고 보자’는 집단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가격을 떨어뜨린 경쟁업체를 공공연히 비판하면서도 얼마 가지 않아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성장통은 대부분 매출과 규모가 커지면서 찾아오지만 기업이 위치한 시장과 산업환경에 따라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은 대부분 R&D 역량으로 급성장하고 성장통이 찾아오면 이를 극복하는 데 역량을 투입하지만 원가구조와 같은 근본적인 역량을 강화하려는 고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전자 많이 본 뉴스
-
1
'게임체인저가 온다'…삼성전기 유리기판 시생산 임박
-
2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3
필에너지 “원통형 배터리 업체에 46파이 와인더 공급”
-
4
LG전자, 연내 100인치 QNED TV 선보인다
-
5
삼성SDI, 2조원 규모 유상증자…“슈퍼 사이클 대비”
-
6
램리서치,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참전…“HBM서 축적한 식각·도금 기술로 차별화”
-
7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8
소부장 '2세 경영'시대…韓 첨단산업 변곡점 진입
-
9
비에이치, 매출 신기록 행진 이어간다
-
10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