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공대 캠퍼스에 ‘무인자동차 시승 희망자를 찾는다’는 재미난 포스터가 붙었다. 말 그대로 무인자동차를 타고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체험이다.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 기계가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 고려대에서 내부순환로를 지나 올림픽대로와 자유로를 거쳐 다시 내부순환로로 들어오는 짧지 않은 여정이다.
이벤트를 마련한 한민홍 고려대 산업시스템정보공학과 교수(첨단차량연구실)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기술 개발에 성공한 이래 16만㎞ 이상의 시험운전과 보완을 거쳐 안정성을 높였다”며 “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미래형 차량 기술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기자가 직접 마티즈 차량으로 제작된 무인차(KAV5)를 타고 두 시간가량을 체험했다. 동승한 조교가 마실 것을 사오겠다더니 덜컥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운전하면서 웬 아이스크림’ 하고 생각했지만 두 손이 핸들에서 자유로우니 아이스크림이 제격이란다. 내부순환로에 올라 자동운전 버튼을 누르자 ‘딸깍’ 하면서 핸들이 고정됐다.
두 대의 카메라가 길 양쪽의 차선을 인식해 방향을 잡고 핸들을 자동으로 움직이며 운전했다. 센서를 부착해 장애물을 피하거나 앞차와의 거리를 재는 기능은 넣지 않았다. 자동차는 앞에 차가 없을 땐 정확히 차선을 인식하고 운전했지만 다른 차량이 앞을 가리거나 차선이 불분명할 땐 조금씩 오류가 생기기도 했다. 긴장한 탓에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줬지만 자동운전 모드에선 핸들이 뻑뻑해 조작이 쉽지 않았다.
“시연 차량을 마티즈로 한 건 그만큼 장비를 많이 장착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겁니다. 룸미러에 장착한 카메라와 조수석 밑에 설치한 작은 컴퓨터, 그외 제어를 위한 모터장치로 시스템을 단순화했습니다.”
30분가량 지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손을 놓고 시속 60㎞ 이상까지 속력을 내봤다. 길의 굴곡이 심한 내부순환로 정릉 구간이나 홍제동 구간을 지나면서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차선이 없거나 과속방지용 요철이 있는 경우 조금씩 오인식을 하기도 했지만 핸들이 심하게 뒤틀리거나 하지 않아 시속 60㎞ 속도에선 문제가 없어 보였다. 차선을 벗어나거나 다른 차량 접근 시 경보음으로 알리는 기능도 있어 사고는 예방됐다. 다른 버튼을 누르면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도 자동 조절된다.
평소 시험 코스인 내부순환로를 벗어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길을 타고 가양대교까지 이동했다. 차선이 없는 교차로 부근을 지날 때 자동차가 방향을 잠깐 잃는 현상을 막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 같았다.
“아직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대로와 내부순환로, 고속도로와 같이 차선이 계속되면서 복잡하지 않은 길을 계속 주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안전운전 보조장치나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등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죠. 차량 가격 증가부담도 200만원 미만일 겁니다.”
한 교수는 10년 전 처음으로 무인차를 개발해 발표를 했는데도 기업체에서 이렇다 할 지원이 없었다는 데 섭섭해 했다. “신성장동력사업에 미래형 자동차가 있습니다. 이미 개발한 기술이 있는데도 또 동일한 개발을 지원할까 우려됩니다.”
한 교수는 지난해 모하비 사막의 무인차 횡단대회로 미 스탠퍼드대의 ‘스탠리’라는 스타 로봇을 탄생시킨 다르파 챌린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미국 내 대학만을 대상으로 해왔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다르파 챌린지는 다운타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 교수에겐 주력 종목이다. “외국 기술을 선망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아 체험행사를 마련했다”는 한 교수는 “체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