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문화부의 불안한 외줄 타기

 문화관광부는 6월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릴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공청회를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정부가 일개 법률, 그것도 모법이 아닌 시행령의 공청회 때문에 떨고 있다는 말에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속사정이 있다.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은 법체계상 음반 및 비디오물에 더부살이했던 게임을 분리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제정이 추진됐다. 지난 2004년 초 시작된 게임산업법 제정 작업은 처음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사행성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게임산업법은 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락실용 경품 게임기의 사행성 폐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하면서 문화부는 고민에 빠졌다.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서 사행성 게임을 근절하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다. 다른 한쪽 편에 있는 게임산업계는 산업 육성책은 그만두더라도 규제라도 없애 달라고 요구했다. ‘사행성 근절’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했던 문화부는 정면 돌파 대신에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양측의 의견을 적당히 반영한 모법을 만들고 대부분의 핵심 이슈는 시행령으로 넘겼다. 이 법은 2년여 동안의 제정 작업을 거쳐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다.

 문화부가 게임산업법 시행령 공청회를 앞두고 떨고 있는 것은 모법에서 유예했던 사행성과 산업 진흥의 내용이 시행령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공청회에 앞서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화부가 사전 공개한 시행령안은 문화부의 고민이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감히 예단컨대 1일 공청회에서 문화부는 시민단체와 산업계 양쪽으로부터 비난과 질타를 당할 것 같다. 시민단체는 사행성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경품 게임 자체를 근절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다. 게임 업계는 여전히 규제 일변도라는 주장으로 일관할 것이다. 특히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장사를 못할 정도”라며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천명할 것 같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행성 게임의 판단 기준이다. 문화부는 게임장에 가서 1시간에 4만5000원을 쓰면 게임이고 4만5001원을 쓰면 도박이라며 명쾌하게 선을 그었다. 시민단체나 게임 업계 모두 찬성하지 않을 대목이다. 1인이 게임기 1대당 1시간에 게임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경품 한도액을 20만원 미만으로 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양측은 이 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다.

 청소년 게임 설치 비율 확대, 온라인 게임의 베타 서비스 무제한 허용 등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조항이다. 빠진 부분도 많다.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현금 거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시민단체나 게임 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게임물의 ‘새로운 심의 기준’은 또 한 번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피해갔다. 결국 공은 시행령이나 게임물등급위원회로 넘어갔다.

 아케이드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한 단체의 장은 “공청회 당일 삭발을 하고 입장해 자신들의 태도를 밝힐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청회에서 이렇게 주장하면 문화부는 갈 곳이 없다. 비빌 언덕도 없다. 시민단체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임 업계만이라도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은 자제하길 바란다. 시행령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정도라면 쪽박마저 깨지는 말아 달라는 이야기다. 사행성 퇴치와 산업 육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양쪽 어깨에 지고 불안하게 외줄을 타는 문화부가 여기서 실족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 같아 불안하다. 1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 꼭 가봐야겠다.

 디지털문화부·이창희부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