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비단길, 그 기회의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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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부터 7박 8일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몽골·아제르바이잔·아랍에미리트(UAE) 3개국을 순방하며 느낀 것은 IT강국 대한민국 IT종사자로서의 자부심과 국가적인 사명감, 더불어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손에 잡히는 확실한 기회를 맞았을 때의 설렘이었다. 한마디로 무한한 시장가치와 나아갈 방향이 정확히 포착되는 순간이었다.

 무한한 자원과 에너지를 보유한 몽골·아제르바이잔·UAE의 정부와 국가 지도자들은 IT에 대한 확실한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세 나라에서 공통으로 듣게 된 이야기는 한국의 IT를 배우고 도입하고 싶지만 첫째, 정부 차원의 커다란 정부화 로드맵이 없거나 자원은 많지만 기술도입에 지급할 돈이 없고 둘째, 한국의 IT관련 업체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IT업체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기회의 땅임은 알지만 국내 업체가 쉽게 뛰어들지 못한 것은 해외사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비즈니스로 연결짓기에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과 함께, IT사업 수행의 대가로 광물이나 석유를 받아올 수는 없는 처지기 때문이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EDCF 자금원조 등의 루트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상대국가의 소극적인 태도 탓에 업계 주도로 자금 수급 절차를 밟기란 쉽지 않다.

 현대정보기술은 수년간 베트남과 파키스탄에서 해외 IT수출의 첨병으로서 금융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러한 문제들에 직접 몸으로 부딪혀 왔다.

 문제의 해법은 국가적인 지원에 있다. 대한민국의 IT를 접하길 원하는 여러 국가에 국내 업체를 대신해 영업을 해줄 수 있는 국가적인 차원의 에이전트 설립이 절실하다. 업체 주도로 이루어졌던 세계 자금융자나 자금처리에 대한 수속 프로세스를 대행해 줄 뿐만 아니라 국내의 정제된 IT 및 솔루션을 국가별 요구에 맞게 접목해 줄 수 있는 컨설팅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의 IT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생 IT강국으로 인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인도보다 그 경쟁력에서 훨씬 앞선다고 본다. 인도가 IT강국으로 과대 포장된 것은 국가적인 전체 수출규모에 비해 SW관련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 글로벌 IT회사들이 인도인력을 선호하는 이유는 같은 언어권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 낮은 인건비 그리고 시차의 장점으로 본사 차원에서 퇴근 시 프로그램 코딩을 지시하고 아침에 와서 확인할 수 있는 24시간 가동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인도의 IT 수출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이 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상으로는 인도에 뛰어난 엔지니어가 많을 수 있지만, 코어 원천기술을 보유한 진정한 R&D 전문인력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질 높은 솔루션 보유에는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뛰어난 솔루션을 분야별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야를 세계로 돌려 넓게 보지 못하고, 내부경쟁으로 서로 깎아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 산업 경쟁력을 갖춘 솔루션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협업하며 공동으로 해외마케팅과 세일즈에 주력해 나가야 한다.

 이번 순방에서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표 IT전문가’이자 ‘대한민국 대표 세일즈맨’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IT업계에 오래 있었던 나보다 IT에 대해 더욱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텔레매틱스·와이브로·DMB·IT솔루션의 수많은 약어를 곁들여 한국의 보유기술에 대해 얘기했다. 세계 각 곳을 다니며 한국 IT 영업의 반은 대통령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IT업계 종사자로서 그 나머지 반은 나의 몫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됐다. 지금이 바로 한국의 IT업체들에는 가장 좋은 기회의 시기가 아닐까.

◆현대정보기술 조성갑 부사장 skcho@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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