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한미FTA를 `국가보약`으로

 이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이 이상의 논쟁은 소모전일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쟁이 그렇다. 협상이란 상대가 있다. 주고받는 일이다. 한쪽에만 유리할 수 없다. 우리는 다음달 5일부터 미국과 1차 본 협상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기대와 우려다. 경제부총리인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 한 세미나에서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편 나라와 폐쇄적인 나라의 성장률 격차가 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미국과의 FTA를 통한 협력과 경쟁은 미국은 물론이고, 제3국으로부터의 외국인 투자를 늘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는 “농업과 서비스업 등 일부 부문에서는 피해도 예상된다”며 “품목별·업종별 민감도를 감안하면서 차별화된 협상전략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경제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경제학회 정책포럼에서 한·미FTA에 대해 “장밋빛 전망의 근거가 없고 초고속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수출 주요 품목인 전자제품·자동차 등의 관세율은 0%에 가깝거나 2∼3%에 불과해 FTA에 따른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한국의 관세율은 11.2%여서 이것이 철폐되면 대미 수입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전·현직 경제부총리 간에도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일반인은 더 말할 게 없을 것이다. 정부는 15일 한·미 FTA 협정문 초안을 공개했다. 협상 초안 교환일인 19일을 앞두고 정부가 자진해 초안을 미리 공개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우리 측 목표를 미리 공개하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로 전략 부재라는 질타였다. 정부는 다분히 국내용으로 초안을 발표했다고 본다. 준비가 소흘하다느니 폐쇄적이라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FTA 협정은 피할 수 없다. 이미 결정한 일이다. 정보통신기술(IT) 발달로 세계가 한 마을이 된 지금 개방과 교역 확대는 불가피하다. 찬성론자들은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과 서비스산업 육성, 기업의 투자활성화, 외자유치 확대,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동안 소극적·방어적 개방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극적 개방으로 선(先) 경쟁력 확보, 후(後) 개발의 기조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 11위의 경제국으로 성장한 지금은 적극적· 공세적 개방으로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미 FTA 추진을 결심한 뒤 참모들에게 “어차피 갈 길이라면 적극적·주도적으로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는 ‘제2의 을사늑약’이라며 비판한다. 노동·법조계 등 270개 단체가 모여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고 다음달엔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반대집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외 개방을 서두르면 대미 종속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교열위산업의 생산 감소와 고부가산업의 성장 둔화, 양극화 심화, 경제 종속, 문화정체성 상실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양측이 모두 국익을 생각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방법론이 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해 단체 등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혁신은 자기 고통과 인내가 뒤따른다. 이제는 멀리 봐야 한다. 어떻게 협상해서 우리의 협상안을 관철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은 이미 15개국과 FTA를 맺었다.노하우가 상당하다. 이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게 국익을 위한 보약이며 우리가 사는 길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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