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데이터방송 "알맹이는 어디에?"

 내달 초 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내 최초로 지상파 데이터 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자는 데이터 방송의 핵심인 양방향성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리턴패스’는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작, 사실상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방송’으로 첫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MBC와 SBS가 최근 방송위원회로부터 데이터 방송 변경 허가 추천을 승인받음에 따라 조만간 관련 자료를 받고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정통부는 지상파 데이터 방송이 신규 서비스인만큼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가능한 한 빨리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달 월드컵 이전에 지상파 데이터 방송이 상용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KBS와 EBS도 방송위에 데이터 방송 변경 허가 추천을 신청한 상황이어서 우리나라는 내달이면 지상파 4사의 데이터 방송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본방송이 시작되더라도 양방향 서비스 구현을 위한 리턴패스 문제를 해결 못해 단방향 방송에 그쳐 반쪽 서비스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MBC와 SBS는 초고속인터넷망을 리턴채널로 활용키로 결정했지만 방송사와 KT, 하나로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간에 합의된 게 전혀 없다.

 리턴패스는 시청자가 데이터 방송을 보다가 특정 데이터를 선택해 클릭하면 이런 고객의 요청 정보를 방송사로 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방송이 신규 미디어로서 강조해온 ‘양방향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오경근 MBC 부장은 “리턴채널은 ISP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유기가 필요하다”며 “KT나 하나로 등이 공식적으로 IP 공유를 허가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기존 초고속인터넷망을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KT 등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지상파 방송사들 임의대로 ‘리턴패스는 초고속망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과 같다.

 이를테면 시청자가 지상파 데이터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전용 셋톱박스를 사서 설치한다고 해도 바로 양방향성을 구현할 수 없다. 시청자는 따로 IP 공유기를 설치해 인터넷망과 데이터방송 수신기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엄밀하게 따지자면 해당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의 망을 불법적으로 남용하는 것이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무런 대책없이 자사의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셈이다.

 한홍규 SBS 차장은 “그동안 본방송 일정이 불투명해 리턴패스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했다”며 “본방송이 곧 시작되는만큼 방송사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등 당사자뿐만 아니라 정통부와 방송위 등 관련 기관도 함께 나서 문제 해결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리턴패스와 데이터 방송 활성화 프로모션 등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조만간 구성할 계획이다. 지상파 방송사를 주축으로 해 관련 기관 및 가전사 등에 참여를 요청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본격적으로 데이터 방송을 준비한 지는 벌써 4∼5년째며 당시부터 리턴패스 문제는 제기돼 왔다”며 “지상파는 그동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과 변변한 협의 요청도 해오지 않다가 이제 본방송을 시작하니 정부가 나서서 도와 달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관계자는 “지상파 데이터 방송은 지상파 방송사의 신규 수익 모델이라기보다는 시청자를 위한 부가서비스 제공 차원”이라며 “정부가 이런 환경을 인식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데이터 방송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문했다.

 성호철·권건호기자@전자신문, hcsung·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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