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 번호이동 투자 적기 따로따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사업자별 시내전화 번호이동 미활성화 견해

 시내전화 번호이동 제도의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호 처리 방식을 변경키로 한 가운데 이를 위한 투자 시기를 놓고 선·후발사업자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후발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시내전화 번호이동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부터 호 처리 방식을 선진 기술로 바꾸기로 합의한만큼 이를 위한 준비 작업에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현재 번호이동 미활성화는 호 처리 방식 변화와 무관하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겠느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호 처리 방식 변경 논란=유선사 간 번호이동 제도 활성화 논란은 호 처리 기술 방식에서 비롯한다. 시내전화 번호이동 제도를 결정한 지난 2003년, 유선사들은 2007년 1월 이후 ‘QOR’ 방식을 도입기로 합의했다.

 QOR 방식의 호 처리는 현재 유선사가 도입한 ‘리모트콜포워드(RCF)’ 방식보다 앞선 기술로 이동전화 사업자들도 현재 사용중이다.

 QOR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교환기가 지능망 기반이어야 하는데, 당시 KT 교환 인프라는 그 조건이 안 됐다. 결국, KT 교환기 대체 중장기 계획에 따라 3년 후인 내년에는 QOR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유선사들은 QOR 방식 도입을 늦추기로 합의했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QOR 방식 도입을 위한 준비에 하루속히 나서자고 주장한다. QOR 방식 도입과 함께 유선사 간 공통DB시스템을 구축해 번호이동을 선택하는 고객에게 좀더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자는 것. 현 시내전화 번호이동은 월 4만여건으로 월 50만∼60만건에 이르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에 비해 현격히 활성화되지 않은만큼 하루속히 인프라와 제도 개선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KT,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KT는 두 가지 측면에서 QOR 투자를 반대하고 있다. 우선 이동전화사업자들은 QOR 방식보다 한 단계 선진화된 ‘올콜쿼리(ACQ)’ 방식으로 변경하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당시는 QOR 방식이 고급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굳이 과도기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또다른 이유는 QOR든 ACQ든 호 처리를 위한 전제조건인 교환기 교체가 당시 계획과 달리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호 처리를 바꾸려면 지금 당장 교환기 교체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하는데 이 사안만을 위해 일방적인 투자를 집행할 수는 없다는 태도다.

 KT 측은 “정부의 계획이 당시 NGM에서 BcN으로 바뀌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BcN 구현도 2010년 이후로 미뤄질 분위기에서 전국 단위의 교환기에 대한 투자를 일시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엇보다 KT는 호 처리 방식이 제도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다.

 ◇“정통부, 여전히 의견 수렴중”=최근 정통부를 비롯해 유선통신사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사업자연합회 등 소속 관계자들은 유선 번호이동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영국 등 제도가 활성화돼 있는 4개국 통신사업자를 방문했다.

 동일한 사업자를 벤치마킹했음에도 KT는 가장 활성화돼 있다는 국가보다 우리 현실이 앞서 있음을,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대부분 유선사가 QOR 방식을 도입했음을 각각 강조한다.

 후발 유선통신 사업자들은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고객이 원하는 즉시 이뤄지는 데 비해 시내전화는 수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걸리는 상황”이라며 “QOR 방식을 도입하고 공통DB를 구축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외국에선 후발주자의 요금경쟁력은 물론이고 시내전화 번호이동을 하면 세탁기를 주는 등 다양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며 “활성화가 미미한 것은 호 처리 방식보다 마케팅이나 요금경쟁력이 더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2003년 합의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다만 이동전화에 비해 시내 번호 이동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정체된 유선 시장에서 번호이동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할지는 고민해야 할 일”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