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와 갬블이 결합한 한국형 ‘신종 카지노’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성인 PC방을 이용한 불법 도박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그러나, G세대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놀이공간인 PC방을 도박장화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후약방문’식 정책과 일관성없는 규제를 남발, 관련 업계의 원성만 높다. 특히 아케이드게임이 일본 등 선진국에선 고부가 유망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옥석구분이 없이 모든 아케이드 게임을 일부 불법 성인게임기와 함께 ‘사회악’으로 매도, 관련 산업의 뿌리마저 흔들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인 게임 산업의 음성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의를 거쳐 영업중인 성인 게임장은 줄잡아 약 2만개. 그러나 이들 성인게임장이 배팅 상한 제한 등 정부의 비현실적인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PC방과 인터넷 등을 활용한 음성적 신종 카지노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일반 술집을 도박장으로 개조한 신종 ‘카지노빠’까지 등장하는 등 행태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진흥법’ 제정과 ‘게임등급위’ 출범에 맞춰 문화부가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제하며, “그러나 (정부가)규제의 칼날을 세우면 세울 수록 성인 게임의 음성화는 더욱 가속화, 보다 큰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다양한 불법 도박 ‘성업중’
수 년전 전국을 휩쓴 일반 성인용 릴게임 및 스크린 경마장과 달리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불법 성인 게임장들은 대부분 PC 기반이란 점이 특징이다.
이는 개발이 쉽고, 개발 비용이 저렴한데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대형 도박장
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 PC방이 릴게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속이 덜한 것도 이유다. 성인 PC방 개업을 추진중인 J모씨(49)는 “PC·온라인기반으로 하면 시설 투자비가 적게들고 스펨메일이나 광고로 쉽게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도박 자체가 중시되기 때문에 콘텐츠 조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귀띔했다.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PC포커와 PC바카라. 일반 PC방과 비슷한 분위기의 성인 PC방을 주무대로하는 이들 게임장은 시간당 2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게임머니를 받아 게임을 진행하며, 매 게임마다 2%의 딜러비(수수료)를 받는다. 게임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는 업장에서 쿠폰으로 출력해주고, 이를 들고 게임장 밖에서 상품권으로 환전한 후 일명 ‘깡’을 한다. 수수료는 10%.
시간당 배팅금액이 9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일반 성인 게임장과 달리 이들 불법 PC포커 및 바카라방은 사실상의 배팅 제한이 없다. 때문에 1시간에 수 백만 원을 잃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게 일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연히 PC도박장은 하루에 많게는 3000~4000만원까지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전 수수료까지 합하면 한 달에 수 억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 PC포커방이 떼 돈을 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반 PC방까지 성인PC방으로 전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성인 PC방용 도박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는 업체도 20∼3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 경마장이 정부의 규제를 받으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불법 PC경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PC경마장 역시 운영 방식은 다른 PC도박장들과 유사하다. PC방과 같은 구조에 각 컴퓨터 마다 사행성 경마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이용자가 경마 게임을 통해 획득한 점수를 상품권을 거쳐 환전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PC 경마는 기존의 스크린 경마장보다 더욱 사행성이 짙고 판돈의 크기가 더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PC기반의 성인게임장과 함께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카지노빠. 외관은 일반 술집과 다를 바가 없지만 카지노빠에서 하루에도 수 십억 원의 판돈이 내걸린 도박이 이루어 지고 있다. 웨이터에게 술을 주문하면, 그 액수에 해당하는 칩이 제공되고, 이 칩으로 도박을 한 후, 자신이 딴 칩만큼 다시 웨이터에게 제시를 하면, 그 액수만큼의 양주를 받아 이를 다시 현금으로 바꾸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카지노빠는 현재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어설픈 규제가 되레 불법 부채질
사실상의 도박장인 이들 성인 게임장은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성업중이다. 실제 PC를 이용한 카지노는 주택가 곳곳에서 성인 PC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당당히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 성인PC방으로 등록돼 있어 간판을 보고 추정하거나, 실제 내부를 들여다 보지 않고는 단속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일부 PC포커 및 PC바카라 게임장은 아예 신문에 광고까지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 백, 혹은 수 천만원이 오가는 도박 행위가 강원랜드가 아닌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버젓이 활개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쉽지않다. 실제 PC경마의 경우 일반 컴퓨터에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는 경마게임을 깔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할 명분이 약하다. 현행법상 영등위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이것조차 PC방 운영자가 아닌 서버 제공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분이다. 설령 서버 제공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이들이 수 십억원을 챙겨 해외로 도피하거나, 검거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단속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
최근엔 아예 게임포털이나 다른 인터넷사이트로 심의를 받고 실제로는 갬블게임을 이용한 도박을 자행하는 등 법과 제도의 맹점까지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보다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법을)더 잘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법 도박장을 완전히 뿌리뽑기 쉽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적발된다고 해도 대부분 과거가 깨끗한 소위 ‘바지사장’을 동원해 대부분 소액의 벌금형을 받는 등 처벌이 미약하다. 결국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업주와 개발자들이 큰 수익을 위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도록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행위와 사행성을 차단하고자 추진한 정부의 어설픈 대책들이 결국 불법과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아케이드산업 뿌리가 흔들린다
그러나, 정작 이들 불법 성인 PC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날이갈수록 국내 아케이드게임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단기간에 거액을 버는 불법 성인게임장이 버젓이 판을 치면서 게임 개발사, 사업주들 모두 불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삐뚤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
건전한 성인 게임을 만들던 사업자들마저 수요가 몰리고 돈이 되는 불법 성인 게임 개발의 유혹에 넘어가 그저그런 저급 갬블게임만 양산하고 있는 것. 사용자들도 불법 성인 게임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불법 성인 게임시장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데 반해 일반 아케이드게임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 현재 국내 일반 아케이드게임장 수는 과거 전성기때의 10분의1 수준인 2000∼3000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 게임장에 일반 아케이드게임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해놓았으나 사실상 전시품에 불과하다. 아케이드게임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1천대만 팔려도 대박일 정도로 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게임으로 분류돼 온라인게임 등 전반적인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의 게임 관련 정책의 양대 축중 하나인 ‘건전 게임문화조성’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게임산업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이 나쁜마당에 몇몇 불법 성인게임장으로 인해 모든 게임이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현상황을 방치한다면 게임산업 전반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국 세계 3대 게임강국 구현에도 크나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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