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20세기 세계 최고 국가경영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생존조차 불투명했던 싱가포르를 30년여 만에 흔히 말하는 일류국가로 만든 데 대한 칭송이다. 그는 ‘작은 나라 싱가포르가 살 방법’을 찾기 위해 그야말로 불철주야 고민했다. 생각과 고민이 너무 깊었을까. 조금 위험한 생각도 했다.
“아이큐(IQ)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만 아이를 낳자. 그래야 싱가포르가 산다.”
리콴유가 자신의 ‘작은 나라’를 들여다봤더니 못사는 사람은 아이를 많이 낳는 반면 잘사는 사람은 한두 명을 낳는 데 그치는 것 같았단다. 그는 싱가포르가 ‘못사는 사람=IQ 낮은 사람=열등 유전자’로 가득 채워질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IQ 높고 성공한 사람만 아이를 낳는 정책’을 법으로 만들어 추진하자고 국민에게 제안했다. 이는 히틀러가 악용했던 ‘우생학’과 씨앗이 같다. 다행스럽게도 현명한 싱가포르 국민은 ‘리콴유식 우생학’에 철퇴를 가했다.
우리 국민에게도 ‘IQ 높은 사람만 아이를 갖는 게 어떨까요’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유사 이래 가장 큰 난리가 날 거다. 21세기, 민주주의가 살아숨쉬는 한 ‘우생학 악용에 의한 학살’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해묵은 ‘리콴유식 우생학’을 꺼내든 것은 지난 2004년 2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인간복제배아 줄기세포 추출·배양 논문’이 발표된 뒤 2년여간 우리 사회 일부에서 ‘우생학에 대한 미련’이 감지돼서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도 황우석을 필두로 하는 생명공학기술(BT)에 쏠렸다. 실제로 ‘IT 다음은 BT’라고들 말했다. 이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고부가가치, 시장 선점 등의 단어들이 ‘정부 BT 정책’ 안의 그럴듯한 자리에 배치됐다. 그 정책 수립의 한 축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맡았다.
지난 2003년 탄생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함께(?) ‘과학기술혁신 등에 관한 대통령 자문(諮問)’에 응한다. 단기 정책보다는 멀리 내다보려는 대통령의 고민에 충실히 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자문조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때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큰 실패(황우석) 없이 올바른 방향을 잡을 것이다. 대통령 자문에 대한 제3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내정자)의 응답은 무엇일까.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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