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르포> 불법 포커PC방을 가다 ②

이름만 PC방일뿐 사실상 ‘하우스(도박장)’에 가까운 성인 PC방이 전국적으로 독버섯 처럼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 가능하다. 우선 기존 스크린 경마, 릴게임 등을 근간으로 하는 오프라인 성인 게임장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와 단속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PC방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지속적으로 사행성게임, 특히 성인 게임장에 대한 집중 규제에 나섰다. 특히 정동채 전 문화부장관 재직시절인 작년부터 ‘건전 게임문화 조성’이란 대의 명분 하에 경품 지급 기준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사실상 ‘성인 게임장 죽이기’를 줄곧 시도해왔다. 신임 김명곤 장관 역시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럼에도 ‘바다이야기’ ‘황금성’ ‘오션파라다이스’ 등 빅 히트작이 잇따르고 일본의 대표적인 성인게임인 ‘야마토2’까지 상륙, 부산을 중심으로 세를 확산하자 정부는 아예 사행성 게임을 ‘게임법’에서 제외해 특별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치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결국 이처럼 성인 게임장이 정부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일선 성인게임장 업주와 관련 게임 개발사들이 PC방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다.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의 A사장은 “업소용 성인 게임의 경우 영등위 심의를 받는데만 4개월이 넘게 걸리는 등 여기저기 발목이 잡혀있다”면서 “이것이 결국 불법 PC방이 성행하는데 결정적 단초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뛰어난 것도 불법 성인 PC방이 기승을 부리는 또 하나의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기존 업소용 성인 게임장을 개설하려면 많게는 20억원이 넘는 초기 투자비가 소요된다. 반면 PC방의 경우 3억원 안팎이면 족하며, 수익성은 오히려 성인 게임장을 능가한다.

콘텐츠 개발비도 1억원도 채 안들 정도. 특히 성인 게임장의 경우 입지조건에 따라 게임장별 매출 편차가 심하지만, PC방의 경우는 별도 서버를 통해 가맹 PC방끼리 네트워크가 구축돼 안정적인 수익 창출히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불법 성인 PC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관련 사업자들이 PC방에 대한 상대적 규제 완화 등 법망의 헛점을 교묘히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고스톱·포커·바카라 등 성인 PC방용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 심의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한데다 PC방 자체에 대한 규제가 훨씬 덜하다.

운용면에서 ‘한게임’ ‘넷마블’ ‘피망’ 등 일반 게임포털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불법 성인 PC방의 경우 별도 서버를 통해 사용자들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는 것 등 일부를 제외하곤 일반 포털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운영된다.

웹보드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일선 게임포털에서도 대규모 도박이 성행한 지 오래됐다. 다만 포털 운용사들이 제도권(?)내 기업이란 점만 다를 뿐”이라며 “이에따라 정부로서도 성인 PC방을 규제할 법적 근거나 명분이 약하다는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업소용 게임과 달리 PC방을 이용한 도박이 확산 속도가 빠르고,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막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면서 “현행법으로 갬블게임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동원 가능한 모든 전문가 풀을 활용해 보다 세심한 대응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PC방을 활용한 사실상의 신종 도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작년부터다. 원조격에 해당하는 것이 온라인 경마. ‘로열더비’ ‘퀸즈컵’ 등 스크린 경마가 정부의 집중 규제로 다소 주춤해진 틈을 타 온라인 경마게임이 빠르게 확산된 것.

그러나, 온라인 경마게임에 대한 정부의 집중 단속이 단행되자 이번엔 카지노게임인 바카라를 PC용 게임으로 이식한 온라인 바카라가 등장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바카라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정부의 칼날이 바카라PC방으로 향하자 관련 사업체들은 다시 포커PC방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와 성인 게임업계의 쫓고쫓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관련 콘텐츠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본격 카지노용인 이른바 ‘릴게임’까지 온라인으로 이식돼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 콘텐츠 뿐만 아니라 서비스 모델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기엔 특정 콘텐츠만 활용하는 선에 그쳤지만, 최근엔 표면적으로 일반 게임포털 형태를 띠는 등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도박 사이트 개발을 추진중인 B씨는 “일반 포털이나 인터넷 사이트와 같은 아바타 충전 방식과 지정 상품권 교환 방식을 통해 환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추진 중”이라며 “관련법을 철저히 분석해 서비스에 아무런 고민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사용자들이 게임머니를 상품권 등으로 교환해 PC방을 나갈 경우부터 설령 불법 행위가 있다 해도 모든 책임은 환전소의 몫”이라며 “관련 사업자들이 철저히 법해석을 통해 수익모델을 잡고 있어 성인PC방의 불법 도박장화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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