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갈까요∼♬ 을지로로 갈까요∼♬”라는 노래가 있다. 살다보면 가끔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때가 있다. 물론 그것이 삶의 목표일수도 있고, 목적지일지수도 있다.
많은 순간 부딪히는 현실 속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이정표나 조언은 큰 도움이 된다. 게임 속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MMRPG가 되었건 레이싱게임 같은 캐주얼 작품이 되었든 유저의 선택을 도와주는 많은 팁과 지도들이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레벨디자이너 서우덕 대리는 바로 이런 선택의 기회를 마련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인터렉티브한 게임세계에 매력
레벨디자이너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면 이름처럼 그렇게 낯설게만은 느껴지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미션, 맵, 지형, 스테이지 등의 게임플레이 요소와 게임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구체적 설명에 대한 표현을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션이나 맵은 전략, 전술을 사용할 수 있는 배경을 뜻하고 지형, 스테이지는 아름다운 환경을 보여주기 위한 말로 쓰이는데 레벨이라는 단어는 모두 그 뜻을 포함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레벨안에는 플레이어가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적과의 전투, 미로, 진로를 방해하는 차량과 같은 도전과 난관이 있다. 즉 레벨은 난관과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게임플레이 환경이며 레벨디자인이란 이와 같은 환경을 설계 및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그는 제일기획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광고 대상에서 가작을 차지할 만큼 창의력과 도전의식이 넘쳐나는 젊은 학도였다. 2001년 봄 ‘대물낚시광’을 개발한 타프시스템의 정재영 사장과 안상혁교수의 제안으로 산악협동 프로젝트 팀에 참여하면서 게임계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일을 하게되면서 인터렉티브한 스토리텔링이라는 부분에서 게임만큼 효과적인 콘텐츠는 없다는 확신이 생겼죠. 그래서 이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드래곤플라이에 입사하면서 그는 본격적인 레벨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버려진 맵들에 대한 아쉬움 많아
서대리는 “레벨디자이너의 작은 상상으로부터 시작되는 레벨은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완성되는 힘든 일”이라며 “영감을 얻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책을 두루 섭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개발의 모든 파트에서 그렇듯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지만 정작 본인을 지치게 하는 것은 그런 창작의 고통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죽을 때 이름도 모를 레벨디자이너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 ‘스페셜포스’의 모든 맵을 디자인했지만, 저 역시 만족하는 것보다 실망하는 부분이 더 큽니다. 하지만 유저들 역시 새로운 맵에 대한 지나친 비판보다는 익숙했던 플레이 습관에서 벗어나 학습을 통한 적응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플레이어들에게 친숙했던 맵보단 좀 더 전략적이고 다양한 교전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려 했지만, 익숙치 않다는 유저들의 편견과 이해 부족이 아쉽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른바 버려진 맵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힘들게 제작한 맵이 플레이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겁니다. 물론 유저들의 요구에 맞추지 못한 책임이 크지만, 플레이어들의 도전의식 결여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 개발스튜디오 운영이 꿈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렇듯 서대리는 꼭 만들어 보고 싶은 본인만의 타이틀을 선보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서대리는 “단순한 게임 타이틀 뿐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뛰어난 프로듀서로 인정받고 계속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개발하는 개발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싶”며 앞으로의 목표에대해서 확신에 차 있었다.
게임디자인을 이론화한 소니 온라인의 라프코스터나 ‘레밍스’와 ‘GTA’를 만든 데이빗 존스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그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GDC와 같은 컨퍼런스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게임디자인 지식이나 철학에 대해 강연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과제를 달성하는 도전의식과 그것을 이겨내고, 더 큰 도전을 맞이할 때 느껴지는 보상만큼 짜릿한 건 없습니다. 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희열 역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 대리는 “영화를 제작하는 검독, 스텝, 배우들은 분명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며 “게임 개발자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플레이 경험을 통해 게임을 제작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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