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XL게임즈 사장 송재경

국내 MMORPG의 대부 송재경(39) XL게임즈 사장이 돌아왔다. ‘바람의 나라’로 MMORPG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리니지’로 온라인게임을 평정한 주인공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천재 개발자로 불리우는 송 사장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레이싱게임 ‘XL1’. 비인기 장르로 분류되는 레이싱으로 다시 온라인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유저들의 심판을 기다린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생생히 살아있는 눈빛은 인터뷰 내내 반짝거렸다.

“ ‘XL1’은 오락실의 아케이드 레이싱게임처럼 쉽고 재미있는 플레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특성상 그래픽 수준을 대폭 올려 겉보기엔 ‘그란투리스모’를 연상시키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머리를 어깨까지 길게 기른 송 사장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 전설적 인물 ‘컴백’에 업계 초긴장

그는 전설적인 존재다. 도대체 누가 지금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열었고 MMORPG를 만들었을까하는 의문엔 항상 송재경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에서 그가 남긴 흔적은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 그 자체와 다름없다.

개발자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맛보고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가 독립 개발사를 설립한 것도 영웅담처럼 남겨졌다. 그런 그가 몇 년만에 자신의 게임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것도 남들이 기피하고 이미 실패한 사례가 즐비한 온라인 레이싱게임으로. 송 사장은 이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밑의 직원들이 레이싱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1년 기간으로 간단하게 개발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착오였다고, 만만하게 봤다가 큰 코 다쳐 생각보다 기간이 오래 걸렸다며, 이제야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일단 리얼한 그래픽과 16명이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처음부터 콘솔 수준의 그래픽을 원했고 지금까진 잘 구현됐지만 사양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16명이 함께 달리는 것도 다른 작품에서 찾아 보기 힘들어요.”

‘XL1’은 정통적인 레이싱게임을 추구한다. ‘카트라이더’가 캐주얼게임으로 코믹하고 엽기적이며 엉뚱한 레이싱을 선보였다면 ‘XL1’은 매우 진지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사실적으로 움직이며 차량을 튜닝해 유저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단, 플레이가 너무 실제처럼 흘러가면 일반 유저가 접근하기 어렵고 운전조차 어려울수 있어 되도록 편하고 쉬운 조작으로 개발됐다.

# MMORPG는 계획으로만 남겨

16명이라는 많은 수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눈여겨 봐야할 점이다. 그만큼 서버와 클라이언트 기술이 앞서 있다는 의미다. 자체 제작한 물리엔진까지 합하면 이래저래 자랑꺼리가 많지만 송 사장은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한 유저들이 자신의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목표나 뭐 이런, 동시접속자가 얼마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마음을 텅 비우고 다소곳이 앉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곤 한바탕 소리내어 웃었다. 낯가림이 심하고 타인과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기에 송 사장의 이러한 모습은 실로 드물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일각에서 들려오는 소문처럼 MMORPG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머릿속에만 있다고 대답했다. 개발자들과 담배피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나온 말이라며 “하나 더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지금은 ‘XL1’만 해도 벅차다”고 대답했다. 30명의 개발자가 현재 맡고 있는 것만 해도 빡빡하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 실패하면 모두 내 책임

송 사장은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를 만든 사람으로서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그때는 혼자 만들긴 했습니다만 프로토 타입까지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 늘어 났습니다. ‘XL1’는 제가 직접 만든 부분이 적고 사장의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 작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제 마음은 실패하면 제 탓이라고 여길겁니다. 책임은 제가 껴안아야죠.”

분명 그의 말처럼 홀로 게임을 만들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패키지 게임은 80년대 중반에 사라졌고 온라인게임은 송 사장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그는 신세계를 창조한 예술가였지만 자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스스로 심판대에 올랐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유저의 칼날같은 평가만 남았다. ‘XL1’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듯 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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