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가 마침내 홀로서기에 나섰다.
제이씨엔테에인먼트(이하 제이씨)는 최근 ‘프리스타일’을 공동 서비스해온 KTH(대표 송영한)와의 계약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발표를 놓고 게임업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윈윈모델’로 부러움을 샀던 양사의 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제이씨가 KTH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업계에서는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면서도 제이씨의 욕심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독자적으로 서비스할 경우 모든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KTH와 공동서비스를 하면 수익을 둘로 나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 초기만 해도 자금여력이 없었던 제이씨로선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KTH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차곡차곡 수익이 쌓이면서 이제는 독자서비스를 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만큼의 여력이 생긴 탓이다.
# 독자서비스 자신감 넘쳐
제이씨의 홀로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다. 제이씨가 신생개발사가 아니라 그동안 많은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해온 경험을 갖춘 1세대 기업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생 개발사였다면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춘 대형 퍼블리셔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겠지만 제이씨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역전노장’인 셈이다. 이는 제이씨가 자금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독자서비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리스타일’을 서비스할 당시만 해도 제이씨는 자금이 거의 바닥 난 상태였고 외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프리스타일’이 국내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매달 20여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쌓이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동접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제이씨 입장에서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데 굳이 남에게 맡겨놓고 수익을 나눠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 제이씨는 KTH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할 때도 1년으로 못밖았기 때문에 서비스 연장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법적인 책임이 없다. 다만 상도의상 “너무하다”는 비난을 받겠지만 이는 기업들의 계약에서 언제나 나올 수 있는 소리다. 한마디로 홀가분하게 갑의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을 따낼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재계약을 하지 않고 독자서비스에 나서면 그만인 것이다.
결국 애가 탄 것은 KTH로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제이씨와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함으로써 계약은 1년으로 끝나고 말았다.
# ‘아름다운 결별’이 남긴 것
양사는 결별을 선언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름다운 결별’이었음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양사 모두 ‘윈윈’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며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다음을 위해서라도 ‘웃으면서 헤어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KTH가 올해 3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효자게임인 ‘프리스타일’이 필요함에도 불구, 재계약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의아심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이씨와 KTH의 재계약이 결렬됐는데도 불구하고 양사가 ‘아름다운 결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양사 간에 ‘이면 계약’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이에대해 제이씨 김정환 부사장은 “초기에는 KTH나 제이씨가 윈윈 차원에서 퍼블리싱에 합의를 했지만 환경이 많이 바뀐 상태에서 더이상 재계약의 필요성이 없어졌다”며 “이번 재계약과 관련해 여러 얘기가 업계에 나돌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두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 업계는 차기작에 대한 보장이나 공동서버의 매출을 일부 쉐어하는 조건 등을 내건 이면 계약 가능성에 비중을 두며 향후 양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결별을 통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KTH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H는 지난해 ‘프리스타일’을 통해 신생 게임포털임에도 불구하고 5위권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올해 역시 ‘프리스타일’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이때문에 당초 올해 목표로 잡았던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 이제는 각자의 길 스스로 헤쳐 나가야
이와함께 ‘프리스타일’ 독자 서비스를 선언한 제이씨가 과연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제이씨의 독자행보의 성공여부에 따라 잘나가는 게임을 갖고 있는 개발사들이 퍼블리셔와의 재계약을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제이씨에 대해서는 현 상황보다는 밑돌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록 파란 유저들의 DB를 조이시티로 가져온다 해도 개개인의 승낙이 있어야 회원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저들의 이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제이씨가 파란에서처럼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나타냈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에 ‘프리스타일’ 이외에도 독자로 서비스할 게임들이 나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TH의 파란도 현재 수준보다는 순위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스타일’이 차지했던 공간이 워낙 컸던 만큼 이를 다른 게임으로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프리스타일’ 이외에 대체할 만한 게임이 없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H 한 관계자는 “ ‘프리스타일’이외에 현재 ‘씽온라인’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 효자 종목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KTH와 제이씨의 재계약 협상 결렬을 통해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의 경우 개발사가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섰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 바람직한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을 함께 한 동지라는 인식으로 어느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KTH의 입장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상도의상 상대방에 큰 하자가 없는 한 1년 정도는 재 연장 계약에 임하는게 관례이자 상식. KTH 입장에서 보면 총력을 기울여 ‘프리스타일’ 띄우기에 나서 이제 풍성한 결실을 거둘 시점에 ‘토사구팽’ 당한 꼴이 되고 만 것.
업체 한 관계자는 “윈윈구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을 것이지만 이번 ‘프리스타일’ 문제는 그렇치 못했던 것 같다”며 “조건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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