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송위원 정통부도 추천해야

 안방 극장은 요즘 중견 연기자들 전성시대다. 경력 20∼30년차 베테랑들이 인기를 한몸에 받는다. 90년대 스타들도 화려하게 컴백한다. 아이돌 스타들이 주름잡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이유는 이렇다. 주시청자층 가운데 하나였던 10∼20대가 TV를 외면한다. 이들은 TV보다 인터넷에 파묻힌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욕구는 위성 혹은 케이블방송의 전문채널에서 해소한다. 아직도 TV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3040 이상의 중장년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올드 스타가 TV에 더욱 많이 나온다. 영원할 것 같던 지상파 TV가 어느새 올드 미디어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다.

 제3기 방송위원 선임을 앞두고 시끌뻑적지근하다. 여야 정당에선 추천인사를 검증중이다. 20여명으로 압축했다는 소식도 있다. 대통령 몫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런데도 하마평은 계속된다. 방송계 주변에선 벌써부터 이런저런 요구가 한창이다. 방송독립의 소신이 확고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지배적 목소리다. 시민단체와 학계의 대표성을 인정해 다양한 인물이 충원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명망가 영입론도 힘을 얻고 있다. 어떤 경우든 방송의 공익성을 보장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빌 게이츠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새롭게 구성되는 3기 방송위는 사상 초유의 환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메가트렌드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와이브로에서부터 위성 및 지상파 DMB, IPTV까지 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뉴미디어의 격변이 이미 시작됐다. 앞의 3가지는 지금도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싸고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그뿐인가. 통신업체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라며 가정에서 수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한 묶음으로 제공한다. 인터넷은 기존 모든 경계와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블로그라는 개인 미디어가 출현, 정보와 영상을 무차별 유통시킨다. 외국 인기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인터넷 파일화 해서 국내로 들어온다. 동호인들은 순식간에 한글자막까지 입힌다. 그 다음 전파 속도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듣도 보도 못한 이같은 미디어 환경을 통제하고, 조화롭고 질서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기존의 시각과 잣대로는 어림없다.

 3기 방송위원에는 산업 전문가, 통신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 정당과 학계, 시민단체에 대표성이 있다면 산업과 통신정책의 대표성도 인정해야 한다. 기업 CEO출신이나 정보통신 전문가도 참여하란 것이다.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이라는 도그마에 매몰돼 산업적 접근 자체를 거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변했다. 떡을 주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란 소리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DMB와 IPTV를 보자. DMB는 100개가 넘는 채널을 소화한다. IPTV에는 150개 이상의 완벽한 양방향 채널이 등장한다. 블로그와 개인 인터넷 방송은 그 수를 짐작도 못한다. 모니터링 하기에도 벅찬 채널의 홍수를 맞게 된다. 정보는 나눌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콘텐츠는 나눌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이 콘텐츠를 실어나를 채널은 거의 무한대로 확장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쯤되면 방송위원에게도 전문적 자질이 요구된다. 모두는 아닐지라도 기술과 산업 이해도를 갖춘 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방송위가 인허가권과 규제권이라는 양날의 칼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당에게 통·방 융합에 대비하는 인물의 추천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어차피 그들은 정치적 당파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차라리 대통령이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보통신부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검증해도 좋다. 대통령이야말로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그리 되면 방송위원 일부는 정통부가 추천하고 통신위원은 문화부나 방송위가 제청하는 교차 추천도 가능할 것이다. 종국엔 통신방송위원회까지 간다.

 정치적 세싸움과 명망가 운운하기에는 3기 방송위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송위라는 소리가 나온다면 국민에게 부담이다.

◆이택 편집국부국장 etyt@etnews.c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