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초강세에 IT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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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이 800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원·엔 환율이 10일에는 8년 5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원·엔 환율 변동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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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IMF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IT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엔화 약세로 인해 해외 수출 시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일본 디지털가전 업체에 대한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환율 하락 고착화=10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4원 오른 953.6원으로 마감하며 반등했으나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이달 들어 20원 가까이 떨어진 급락세에 대한 반등치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떨어져 서울외환 시장 마감가 기준 100엔당 806.90원으로 마쳤다. 원·달러, 원·엔 환율 모두 지난 97년 IMF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손상훈 동양종합금융증권 국제금융팀 차장은 “원·달러 환율 세 자리는 사실상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성 악화 불가피=지속적인 원화 강세로 수출 비중이 높은 IT 기업은 많게는 30%가량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된다. 반도체·휴대폰은 물론이고 디지털TV 등 완제품 사업도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 조정 여지가 남아 있는 반도체 산업에 비해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IT 완제품 사업에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들어서만 원·엔 환율 하락으로 우리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15%가량 뒷걸음질쳤다는 분석이다.

 전우종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비중이 80∼90%에 달하는 주요 기업의 IT 사업부문은 악영향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가 조정(인상)이 불가피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호전 반영 기대도=전반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최근의 원화 강세가 국내 경기 호전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투자증권은 원화 강세가 수출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며 달러 약세 측면보다는 국내 경기 회복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환율 대처 능력을 갖춘 IT 대기업은 적절한 가격 정책을 통해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환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가 조정에 나선다면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에는 이 같은 분석이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SK증권의 전 센터장은 “최근 현대차가 부품 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처럼 IT 업종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은 예상보다 심각한 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