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도 에스파다’에 접속하면 바람에 나무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매우 현실처럼 구현돼 있어 많은 유저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나 이 스피드 트리란 기술도 이젠 보편화돼 있어 개발진들의 자랑꺼리가 못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온라인게임 기술. 불과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모니터에서 꽃 피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기술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 보고 어떤 계기로 도약을 이뤘는지 알아보자.
국내 온라인게임 10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은 2번 존재한다. 3D 그래픽의 접목과 분산서버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3D 그래픽은 아케이드 시장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세가에서 발표한 ‘버추어 파이터’는 세계 게임 개발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개발사들은 앞 다투어 3D 그래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국내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먼저 3D 그래픽을 선보인 작품은 ‘뮤’다. MMORPG를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게 여겨졌던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뮤’는 2D 그래픽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유저와 개발자들을 자극했다.
2D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시각적 효과는 3D 그개픽의 최대 무기였다. 또 2D 그래픽은 모든 것을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으나 3D 그래픽은 모델링만 완성하면 오히려 작업이 수월했다. 게다가 기술적으로 3D로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발견돼 일부 게임들은 3D로 만들고 2D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색다른 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종흠 제이투엠 개발실장은 “이러한 2D 그래픽에서 3D로 넘어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기술적으로 개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뮤’와 ‘리니지2’가 발표된 이후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3D 그래픽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D 그래픽은 좌표가 하나 더 늘어나 매우 복잡한 연산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2D 그래픽과 3D 그래픽은 확실히 게임의 재미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덧붙였다.
분산서버 기술은 온라인게임 활성화에 대단히 큰 몫을 했다. 초기 ‘바람의 나라’의 서버는 달랑 1대였다. 하나의 월드에 서버 1대로 지금처럼 NPC, 몬스터, 빌링, 로그인, DB 등의 서버로 구분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당연히 동시접속자수의 한계도 몇십명 수준이었다.
그러다 이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보다 많은 유저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로 하게 됐다. 무한정으로 서버를 늘리면 수십만명의 유저라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비용이 너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넥슨의 송재경은 분산서버라는 방식을 창조했다.
지금도 많은 온라인게임에 적용되고 있는 분산서버 기술은 월드를 여러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을 담당하는 서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다. 유저가 지역을 이동해도 본인은 서버가 이동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몇 배의 동시접속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로컬 서버 한 대당 알맞은 수용인원은 2000 ~ 5000명 정도로, 이를 적용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현재 로컬 서버 30대 이상이 연결돼 있어 동시접속자를 3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다. 또 로컬서버 확충에 의해 동시접속자 수의 증가는 무제한 확장이 가능해 졌다.스튜디오 스톤의 이세민 대표는 “이러한 서버 기술이 초창기부터 발달한 덕분에 온라인게임이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를 기초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0년 전과 지금의 온라인 기술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인터넷 회선은 모뎀에서 시작돼 지금은 최소 ADSL을 사용한다. 가장 빠른 모뎀이 56K였으나 지금은 일반인이 사용하는 회선도 10M의 대역폭을 자랑한다. 그래픽은 320×240 해상도에서 1024×768로 확대됐다.
BMP 형식으로 보면 6만개 점이 백만개로 늘어난 것이다. 또 8비트 컬러가 32비트 트루 컬러로 4배 증가돼 처리할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미디 수준이면 훌륭하다고 박수를 쳤으나 지금은 5.1채널을 지원하는 작품이 등장한다.
대부분 외주로 제작됐던 그래픽과 사운드가 개발의 일부분으로 인정받은 것도 다른 점이다. 초창기 온라인게임 개발은 프로그래머가 전부였다. 그래픽은 ‘아는 사람’에게 맡겼고 사운드도 ‘음악하는 친구’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탓에 외주 제작의 완성도는 어쩔 수 없이 낮았다.
지금은 그래픽에 총력을 기울인다. 모든 작품의 개발인력 60% 이상이 그래픽팀이다. 게임 사운드도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유명한 게임음악 전문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기획과 시나리오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초창기 작품들이 대부분 원작 만화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탄탄한 줄거리와 개성적인 캐릭터를 프로그래머들이 창조하긴 벅찼다. 시나리오는 라이선스로 체결했고 세부 기획만 별도로 수정하는 수준이었다. 이것도 마땅히 모델이 없어 패키지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기가 일쑤였다.최근 공개된 작품들은 조금씩 발전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레이싱게임 ‘레이시티’가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은 다이나믹 P2P 기술과 하이스피드 심리스 방식이 특징이다. 다이나믹 P2P 기술은 클라이언트가 서로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각 클라이언트의 P2P를 다이나믹하게 연결했다 끊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존 P2P 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하나의 필드에 수천명이 몰려도 랙이 발생하지 않는다. 유저는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사라질 수 있고, 다른 유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하이스피드 심리스는 기존의 심리스 기술에서 한발 앞서 나간 기술이다.
심리스는 MMORPG에서 광활한 필드를 유저 컴퓨터가 로딩하고 캐릭터가 넓은 반경을 뛰어 다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캐릭터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 로딩하는 속도가 행동 범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하이스피드 심리스 방식으로 유저의 행동을 예측해 최선의 필드를 빠르게 로딩한다.
스맥스 스튜디오의 안홍수 팀장은 “최근 작품들은 기존의 기술에서 조금씩 발전된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온라인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이젠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발 해킹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온라인게임 서비스 초창기 시절에도 해킹은 존재했다.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등 초기 온라인게임들은 PC통신을 활용한 서비스가 이뤄졌는데 이 당시 해킹은 주로 불법 링크였다.
게임 서버에 해커가 침투해 동영상이나 패키지게임 파일을 올려 놓고 이를 외부로 연결시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게임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서버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수준. 개발자들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발견하면 파일만 삭제하고 해커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사실 해킹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바이러스였다.
그러나 최근 해킹은 개발자들이 ‘목숨을 걸고 덤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해커들은 서버에 침투해 자신의 계정에 게임 머니나 특정 아이템을 대량을 만든다. 이렇게 생성된 게임 머니와 아이템은 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데, 성공하면 중국 사무직 연봉 수준을 한번에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토록 눈에 불을 켜고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다는 것. 이 정도가 워낙 심해 중소 개발업체들은 해킹을 막기 위해 개발자 전원을 투입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해킹에 대한 보안 기술도 10년 동안 덩달아 발전됐지만 막고 뚫는 자의 숨막히는 혈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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