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세계 최상의 인프라 위에 최고의 서비스를 영구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
통신규제 주무부처이자 이번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만든 정보통신부가 비록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지만 늘 견지하고 있는 원칙이다. 쉽게 해석하면 우리나라 IT산업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통신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생산적인 재투자를 단행하고 국가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뜻이다.
새 보조금 제도가 가진 본질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은 막연히 소비자 혜택만 늘리자거나 선후발사업자 간 비대칭규제를 이어가자는 게 주 목적이 아니다. 연간 수조원대에 달하는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 가운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유통망 리베이트(음성적 보조금)를 일부라도 양성화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돌려주자는 뜻이다. 가장 많은 돈이 뿌려지면서도 별로 생산적 효과가 없었던 이동통신 유통구조가 우선 개혁대상인 셈이다.
소비자들로선 오히려 체감하는 보조금 규모가 종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새 보조금 정책이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몰랐던 상황에서 기대감만 높았던 이들은 이번 보조금 제도의 본질을 우선 이해하고 수긍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거의 혜택이 없었던 기기변경 가입자에게 많게는 2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공식적으로 지급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보조금이 양성화된 가운데 여기에다 또 다시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기를 바란다면 산업 전반에 부담만 지워 결국 사회에도 도움될 게 없다.
사업자들이 책임져야 할 몫은 물론 가장 크다. 지금까지 눈치만 살피다 내놓은 보조금 약관이 전환 가입자보다는 기존 가입자에 유리한 내용이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보조금 수준을 조절할 수 있고, 더욱이 관행적으로 뿌려왔던 유통망 리베이트에 당장 손대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한 사업자가 공세로 나설 경우 시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될 수 있다.
홍콩에서 번호이동성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에 나섰던 현지 사업자들이 사실상 공멸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법을 만든 정통부나 감시기관인 통신위원회도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책임론이 두려워 손을 놔서는 안 되고, 새롭게 제정하는 과징금 제도를 통해 불법 보조금을 철저히 감시하고 강력한 제재를 내려야만 이른 시일에 새 보조금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IT산업부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