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터넷기업의 착각

우리나라 국민 중 약 2000만명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 이처럼 많은 사람의 주민번호가 빠져나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이전부터 주민번호를 알려주는 데 익숙해져 별다른 의심 없이 주민번호를 요구하면 알려줘왔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동이 인터넷에서는 명의 도용을 통한 범죄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유출된 주민번호와 또 다른 금융정보를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사기행각을 일삼는 경우가 부지기수며, 심지어는 인터넷에서 버젓이 도용한 주민번호로 실소유자 행세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만연하는데도 왜 인터넷기업은 끝까지 주민번호 수집을 주장하고 있을까. 인터넷기업의 고질적인 환상인 ‘회원 수가 바로 자산가치’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회원 수가 인터넷기업의 자산가치라고 말하기 어렵다. 수익기반이 없는 인터넷기업 무료 회원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기업은 아직도 이러한 환상에 사로잡혀있다. 게임을 살펴보면 국내에 유명한 1인칭 슈팅게임인 S게임이 있다. 이 S게임에서 많은 이용자는 자신의 명의 말고도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해 두세 개 계정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할 여러 아이템을 신규 가입시 받은 무료 사이버머니로 대체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명의도용에 의한 계정이 아무리 늘어도 구매자는 결국 한 명이며, 오히려 게임업체가 늘어나는 트래픽과 계정 할당 등으로 시스템 운영에서 손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피해는 오히려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고스란히 지게 되는데도 주민번호 도용 문제에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이는 회원 수가 많으면 자연히 아이템 구매도 늘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주민번호 자체가 각종 개인정보와 더불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나아가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주민번호로 인터넷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러 상황에서 인터넷기업은 스스로 주민번호 수집을 중지하고 다른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기존 회원들에 대한 본인확인을 새로 실행해 도용된 명의를 추려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성기 한국정보인증 전략홍보팀장 skpark@signg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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