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가 파악하는 국내 SW산업 규모는 약 25조원. 같은 기간 국내 SW업체 수는 6700개다. 단순 계산에 따르면 1개 업체당 연매출 37억원씩 돌아가는 셈이다. 그러나 전체 SW산업 규모는 IT서비스와 디지털콘텐츠를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순수 소프트웨어 규모는 훨씬 적다. 여기에 10대 IT서비스 대기업이 차지하는 금액만 6조원을 넘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SW업체들이 올리는 연매출은 더 줄어든다.
이 같은 척박한 내수시장을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해외시장 개척이다. 인도는 수출을 통해 SW 선도국가로 거론되는 대표적 사례로 국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해 3월 마감된 인도의 2004 회계연도 SW 수출액은 172억달러로 2003년에 비해 34.5%나 성장했다. SW수출만 무려 국내 전체 시장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내 SW업계가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출 전략제품 만들자=국내 모든 SW를 해외에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품도 태반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세계적인 SW 품질보증 기준인 CMM과 CMMI 인증을 받은 국내 SW업체와 시스템통합 업체는 각각 42곳과 29곳이다. 해외 전체 CMM레벨 획득업체 1940곳, CMMI레벨 획득 업체 515곳과 비교하면 각각 2%와 5%에 불과한 수치다.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장은 “국내 대형 SW 프로젝트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품질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치고 있다”며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SW 품질을 국제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는 제품도 있다. 정부가 최근 2년간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항만물류 등 20개 SW의 해외진출을 지원한 결과, 지난해 이들 SW수출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2955만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국내 SW수출 전략제품을 △전자정부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한 해외 SI시장 진출 △BPM과 WAS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SW △온라인·모바일게임으로 정하고 2010년 수출 50억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출, 뭉치면 통한다=여러 SW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협업형 수출이 소위 한국형 SW 수출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동남아 등 한국형 정보화에 관심이 많은 국가에서 전자정부,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 등 검증받은 협업형 SW 패키지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조동일 SCG그룹 이사는 “국내 시장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검증받은 SW을 그대로 해외 프로젝트에 이관하면 어렵지 않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관의 원조도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운영하는 ‘아이파크’의 지원을 받아 수출된 SW가 3억6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은 기술은 우수하지만 자본과 해외 마케팅이 부진한 회원사 가운데 10개를 선정, 총 400억원의 자금을 융자할 방침이다. 또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가 초기시장 개척에 투자하는 비용도 지원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내 SW업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협회 내 SW수출지원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설치한다.
◇지역 다변화 하자=지금까지 국내 SW수출은 중국·일본·미국에 집중돼 기타 동남아, 유럽, 중동 지역으로의 지역다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SW수출 최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우 전체 수출의 72.7%가 게임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콘텐츠에 집중돼 제품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자정부 수출이 동남아와 남미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수출지역 다변화의 청신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0.6%에 불과했던 중동지역 역시 전자정부 등 정부 주도의 SW 구매를 늘리면서 새로운 수출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르단 등 중동 3개 국가와 전자정부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전자정부 수요가 급상승하는 중동 시장에서 적지 않은 수출실적이 기대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국산SW 해외 수출 길라잡이 최종구 사장
“소프트웨어는 우리 기술로 완벽한 완제품을 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최종구 인터프로 사장은 국내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만큼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 시장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포시에스·한마로·니트젠테크놀로지 등 10여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한 인물이다. 직접 총판업체를 찾아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와 연결시켜 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이러한 그가 해외 시장 진출 전제 조건으로 크게 두 가지를 내세웠다. 첫째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많은 업체가 해외 시장 진출을 한다지만 목표 국가 실정에 대해 너무 모르고 덤벼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 사전 준비에도 세 개의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시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라는 것.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직접 진출하는 것이 유리한지 혹은 파트너를 통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 자사 제품의 기능과 장단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게다가 수출 국가에 맞게 완벽한 현지화를 준비해야 한다.
최 사장은 대부분 업체가 상품 카탈로그 등의 현지화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진출해 오히려 시장 진입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두 번째 전제 조건으로 인내력과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해외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이상 노력해야 하는데 국내 업체는 대부분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투자했던 것을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아무런 실적 없이 그 기간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며 결국 이를 인내할 수 있는 회사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시장 진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낙관론을 경계했다. 해외 시장에는 전세계 제품이 모두 들어와서 경쟁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국산 업체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왜 한국 제품을 써야 합니까’라는 현지 기업들의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그렇다고 해외 시장 진출이 이룰 수 없는 꿈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일본 등 해외로 나가 2∼3년 지난 기업들이 최근 실적을 이뤄내는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부 간 주요 협력사업 현황(2003~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