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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테이프라 이브러리(VTL)가 상종가를 달리면서 데이터 백업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데이터 백업 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테이프 라이브러리 대신 VTL 장비가 주 백업 장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기업도 기존에는 1차 스토리지에서 테이프로 저장하는 2단계 백업 시스템을 갖췄으나, 최근에는 1차 스토리지→VTL 장비→테이프 라이브러리로 이어지는 계층적 백업 시스템을 갖추는 등 백업 시장 구도에도 새 바람이 일고 있다.
VTL은 디스크를 마치 테이프와 같이 가상화한 솔루션이다. VTL은 소프트웨어 등 기존 테이프 백업 환경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운영자 재교육이 필요 없고 디스크의 장점인 빠른 백업과 복구가 가능해 매년 시장이 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VTL 춘추전국이 시장 키운다=지난해 초 대구은행이 백업 시스템을 VTL 위주로 재편하면서 국내 VTL 공급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VTL 효용성이 검증되자마자 시장이 있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앞다투어 제품 공급에 나선 것.
지난해 초만 해도 제품 공급 업체가 5개 정도에 불과했으나, 최근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코리아까지 새 제품을 발표하면서 VTL 공급 업체 수는 퀀텀코리아·한국EMC·LG히다찌·한국후지쯔·ADIC코리아·삼부시스템·한국오버랜드스토리지·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IBM·효성인포메이션 등 10개를 훌쩍 넘겼다.
VTL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면서 경쟁은 심해졌지만 오히려 VTL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벤더사마다 이구동성으로 VTL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다 수요자인 기업도 전산실 환경에 알맞은 VTL 장비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색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VTL 백업 심장에 침투, 테이프는 보완재로=VTL은 백업 장비의 왕좌를 지켰던 테이프 백업 장비의 대체재일까, 보완재일까.
초기 VTL은 테이프 라이브러리의 느린 백업 속도와 낮은 복구율을 보완하는 보완재 성격이 강했다. 디스크 가격이 떨어지면서 최근에는VTL이 점차 주 백업 장비의 자리를 꿰차는 대체재 역할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KT는 기존 투자한 자원 보호 차원에서 테이프 라이브러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나, VTL 용량을 늘리고 테이프 백업 횟수는 줄이고 있다. 기업은행도 원래 대형 테이프 백업 장비 3대를 썼으나, VTL 장비를 도입하면서 테이프 백업 장비는 소산용으로 1대만 쓰고 있다.
이정환 한국EMC 기술지원본부 부장은 “최근 고객 동향을 살펴보면 VTL 구매 후 별도의 테이프 라이브러리를 용량만큼 재구매하는 고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VTL은 소산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 보관용, 즉 아카이빙 용도로 테이프가 보완적인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화를 거듭하는 VTL=올해 VTL 시장 규모에 대한 업계 전망은 250억∼300억원 수준. 지난해 3배인 500억원 시장까지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VTL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제 대다수 수요처들이 공감하지만, 그런 만큼 수요처들이 요구하는 VTL 기능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
백업 및 복구 속도뿐만 아니라, 관리 효율성도 따지고 있다. 지속적인 전산 서비스 유지를 위한 연속적 데이터 보호(CDP·Continuous Data Protection)와 같은 백업 기술을 VTL에 접목하는가 하면, VTL를 1차 저장소 기능을 넘어선 캐시(cache) 시스템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백영진 LG히다찌 컨설턴트는 “새로운 시장 요구에 대응 또는 진화하지 못하는 제품들은 ‘VTL 춘추전국 시대’에서 사라지는 시장 재편도 곧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