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 늘면서 고급 장비시장 각광

 서울의 한 고층 주상복합에 사는 S모씨는 얼마전 끔찍한 경험을 했다.

 “불이야” 소리에 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어보니 복도가 연기로 가득했던 것. 바로 옆집에서 화재가 난 것 같아 보였지만 알고 보니 지하 주차장의 오토바이가 불에 탄 것이 전부였다. 창문으로 환기가 되지 않는 주상복합의 경우 유사시 계단 통로가 굴뚝 역할을 하도록 복도와 계단실의 압력을 서로 다르게 제어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지상 10층 이상까지 건물 전체가 유독가스로 차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도시 생활문화가 고층아파트, 고층주상복합으로 변하면서 이에 맞는 고가의 건물제어, 소방방재, 보안시스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업계는 특히 올해 1월부터 시작되는 아파트 등급제로 안전시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가 장비 시장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파트 등급제로 방재설비 업그레이드= 소방방재 기기 회사인 동방전자산업(대표 장성필)은 아파트등급제 시행에 맞춘 복합형 유도기, 어드레시블(Adressible) 타입 시스템 등을 내놓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화재시 비상등뿐만 아니라 유도음까지 발생시키는 복합형 유도기와 각각의 화재감지기에 주소를 부여해 화재발생시 불이 난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어드레시블 시스템은 1등급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제품. 특히 어드레시블 시스템의 경우 지금까지 화재감지기가 화재발생 여부만을 알려준 데 반해 정확한 화재발생 위치와 화재의 규모, 연기발생 정도를 표시해 조기화재진압과 대피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장성필 사장은 “기존 감지기에 비해 10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아직까지 일부 호텔이나 병원, 외국인 전용 아파트 등에 적용되고 있다”며 “아파트 등급제 시행 등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급 제품 시장의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 공조시스템 시장 확대=공조시스템으로 환기를 하는 고층 주상복합의 경우 홈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춘 고급 공조시스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하니웰(대표 박성호)은 최근 홈 공조단말기(EBI)를 내놓고 강남 아크로비스타 등 고급 주상복합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EBI시스템은 욕실배기, 가스밸브 등을 통합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각 세대별 독립공조 방식을 채택해 주상복합의 높은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외부에서 홈공조 시스템을 감시 및 제어할 수 있도록 인터넷 연결기능과 ARS서버 연동 기능 등을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창문 환기 능력이 부족한 주상복합의 경우 냉·난방, 공기순환, 유해가스 등을 제어하는 공조시스템의 성능이 생활환경의 주된 변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보안설비도 진화=보안용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계도 고층아파트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고층아파트의 경우 건물 하나에 300개 이상의 보안카메라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들 보안시스템을 IP네트워크로 연결하는 IP네트워크 CCTV 카메라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윈포넷(대표 권오언)은 카메라와 영상저장장치간을 동축케이블로 연결하는 기존의 방식을 개선, IP망으로 장비들을 연결하는 IP네트워크 카메라와 이를 통합관리하는 관제시스템을 내놓고 영업을 강화한다. 300개 이상의 카메라가 설치되는 25층 이상 빌딩의 경우 이를 각각 케이블로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물내 IP망에 장비들을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IP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중앙관제실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주차장 화면 등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보안시스템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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