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왕의 남자’가 1000만명 관객 돌파를 향해 흥행가도를 질주하는 가운데 또 한 편의 사극영화가 개봉 전부터 화제다. 조선시대 음란물을 소재로 한 ‘음란서생’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학식과 품격을 두루 갖춘 사대부 명문가 양반이 우연히 음란소설 창작에 빠져들면서 벌어지는 풍자와 해학을 다룬다. 영화 속에는 여배우의 노출신과 더불어 전편에 걸쳐 50여점의 그림이 선뵐 예정이다. 조선시대를 뒤흔든 이 음란한(?) 그림들이 관객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음란물이라 함은 함부로 성욕을 자극시키고 선량한 성도덕 관념에 위배되거나 보통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의 문서·도서·음반·비디오테이프·영화·방송 프로그램과 기타 물건을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선시대의 음란소설과 그림이 현행 법이 정한 음란물에 속하는 것인지 이 또한 궁금하다.
물론 음란물의 정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 음란물의 한계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음란물 소송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0·70년대 최대 호황을 누렸던 성냥산업. 그 가운데서도 ‘UN성냥’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바로 성냥 안에 고야의 명화인 ‘나체의 마야’를 넣었던 것. 하지만 UN성냥은 이로 인해 소송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세계적인 명화라 하더라도 상용으로 복사해 팔면 음화”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UN성냥은 음화제조판매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재판은 국내 최초의 음란물 소송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이 때 아닌 음란물 논쟁으로 뜨겁다. 적법 절차를 거친 성인용 동영상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를 통해 제공한 콘텐츠제공업자(CP)에 법원이 첫 유죄판결을 내렸기 때문.
이번 판결에 대해 인터넷 업계는 검찰과 행정부(영상물등급위원회) 간에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CP와 포털들만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회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음란물의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라고 못박았다. 영등위를 문화부가 아닌 법무부 산하 기구로 이전해야 할 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네티즌(국민)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음란물의 판단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문화부·김종윤차장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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