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이상 폭락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장은 마감됐지만 1층에 위치한 국제회의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진다.
한쪽에서는 자료를 점검하고 또 한쪽에서는 컴퓨터와 방송장비를 확인하는데 분주하다. 기업설명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올라가고 입구에서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유가급등과 환율하락 등 유난히 변수가 많았던 지난 2005년. 경영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지난주부터 본격화된 실적발표 경영설명회(IR)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날 열린 IR는 국내 PDP산업을 대표하는 삼성SDI의 실적발표회.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정화 부사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문별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경영지원실 및 경영기획실 직원들도 설명회 시작 4시보다 한시간여 일찍 나와 행사를 준비했다. 물론 사전 준비작업은 이미 3주 전부터 시작됐고 최근에는 야근도 적지 않았다고 IR담당자들은 귀띔한다.
삼성SDI의 지난해 실적은 이른바 ‘어닝서프라이즈’와 ‘어닝쇼크’의 중간쯤. 크게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환호할만한 성적도 아니다. 당연히 지난해 실적보다는 2006년 사업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IR에는 200여명에 가까운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드디어 행사시작 시간인 4시. 임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재무담당 조기연 상무의 인사말로 IR가 시작됐다. 간단한 실적 설명 이후 PDP·전지·모바일디스플레이·CRT 등의 순서로 각 사업부별 실적 및 사업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가 진행되는 사이 지루한 듯 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한시간여에 걸친 발표가 끝나자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회사가 올해 수요를 너무 긍정적으로 예상한 것 아니냐는 지적부터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환율하락 변수에 대한 질문이 계속됐고 담담 임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답게 머뭇거림 없이 명확한 답변으로 응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행사가 길어지듯 하자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겠다”는 조 상무의 원활한 진행 솜씨 덕에 이날 IR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은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해 중장기적으로 더 좋은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마무리 인사와 함께 참석자들 대부분 자리를 뜨면서 행사는 끝나는 듯했지만 예정되지 않은 2부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장에 남은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추가 확인을 위해 임원들과 IR팀을 에워싼 것. 주로 각 사업부별 세부실적 등 배포자료에 나와있지 않은 경영실적 수치를 얻기 위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20여분에 걸친 질문 끝에 궁금한 것을 다 얻었는지 남아있던 애널리스트들도 하나둘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행사장에 설치된 장비들도 대부분 정리되고 IR팀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린다.
하지만 IR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 다음날 오전 중으로 IR 성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조만간 이어질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문 IR도 준비해야 한다는 IR팀은 숨돌릴틈없이 서둘러 행사장을 떠났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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